환경오염 감축 방안으로 주목
아직 분해 퇴비화 시설조차 전무
“인증 완화ㆍ인프라 구축 시급”
최근 폭염과 폭우, 한파 등의 이상기후 발생으로 환경오염 경각심이 커지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생분해 플라스틱이 주목받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지구 오염을 줄이려는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제품 인증기준을 완화하고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 동향과 과제’를 통해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럽바이오플라스틱협회에 따르면 2028년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의 생산 능력은 460만5000톤(t)에 달한다. 이는 2022년(86만4000톤) 대비 5.3배 증가한 수치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생분해 플라스틱을 친환경 대체품으로 상용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 정부가 2002년부터 농무부 인증 바이오 소재 제품(현재 139개)을 먼저 구매하도록 의무화했다. 일부 주에서는 생분해 소재를 활용한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법안을 도입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제한할 방침이다. 국가 차원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을 대체 제품으로서 확산한다. 일본은 2030년까지 바이오플라스틱을 200만 톤 도입할 예정이다. 관련 법안을 제정해 민간이 자율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ㆍ재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반면 대한민국은 생분해 플라스틱 관련 인증기준과 지원체계에서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고 있다.
환경부는 연초부터 기업들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바이오가스화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실증특례 단계다. 수거한 생분해 플라스틱은 별도의 선별 과정 없이 일반쓰레기와 같이 소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퇴비화 시설조차 전무하다.
류성원 한경협 산업혁신팀장은 “국내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 활성화를 위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생분해 플라스틱과 일반 플라스틱으로 선별할 수 있는 인프라 개선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폐기물을 수작업으로 분류하는 영세업체가 대다수인 현실을 감안할 때, 산업 현장에서 대규모 자동화 선별 설비를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생분해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으로 인증받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표준은 ‘산업퇴비화’와 ‘토양생분해’다. 그러나 산업퇴비화로만 인증받은 제품은 단순 매립 시에 생분해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내년부터 산업퇴비화 인증을 일괄 종료하고, 토양생분해만 유일한 표준으로 인정할 예정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여전히 산업퇴비화를 표준으로 인정하고 있다. 산업퇴비화로 인증받은 제품도 퇴비화 시설에서 처리한다면 충분히 생분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도 퇴비화 가능성을 폭넓게 인정해 산업퇴비화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인증 기준을 완화한다면, 우리나라 기업도 주요국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경협은 퇴비화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원책으로 ‘생분해 플라스틱의 퇴비화 기술’을 신성장ㆍ원천기술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폐플라스틱 물리적ㆍ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이미 신성장ㆍ원천기술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생분해 플라스틱의 퇴비화 기술도 해당 범위에 포함한다면 민간 기업이 퇴비화 기술과 시설에 투자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생산 비용만 따져봐도 생분해 플라스틱의 경제성이 너무 낮고, 시장 수요도 크지 않다”며 “기업들은 탄소 중립의 필요성과 글로벌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하려면 과감한 규제 해소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