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산업안전보건관리비(산안비) 요율이 내년부터 19% 오르면서 건설업계 안전비용 확보에 ‘파란불’이 켜졌다. 이번 산안비 요율 인상은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중대재해를 포함한 산업 현장 안전사고 중 절반 이상이 건설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건설업계는 산안비 요율 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내년부터 적용되는 산안비 요율은 평균 19% 오른다. 적용 대상은 모든 연간 단가공사(작업 건당 단가만 결정하고 작업 건수는 미정인 계약)에서 총 계약 금액이 2000만 원 이상이면 적용한다. 정부는 “안전관리 비용 증가 등 여건 변화를 반영해 산안비 요율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안비 요율 평균 19% 인상은 앞서 건설업계의 요구 수준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국내 건설산업 안전관리 비용은 ‘산업안전보건법’ 상 산안비와 ‘건설기술 진흥법’ 중 안전관리비로 구분된다. 산안비는 발주자가 시공자에게 지급하는 비용으로 사업장 내부 근로자 안전을 위해 사용된다. 안전관리비는 시설물과 사업장 외부 시민 안전 목적으로 쓰인다. 이에 건설산업 내 안전관리 비용은 대부분 산안비로 본다.
산안비는 안전관리자 인건비와 스마트 건설장비 구입비, 안전감시단 투입비, 안전시설 구매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현행 산안비 요율은 공사 규모 ‘50억 원 이상’ 기준으로 △일반건설공사 1.97% △중건설공사 2.44% △철도·궤도신설공사 1.66% △특수 건설공사 1.27% 등이다.
만약 100억 원 규모 일반건설공사의 경우 현행 요율을 적용하면 약 1억9700만 원이 산안비로 쓰인다. 하지만 내년 인상 요율을 적용하면 일반건설공사 요율은 2.27%로 인상돼 100억 원 공사 기준 산안비는 2억2300만 원으로 2600만 원 늘어난다. 이 밖에 ‘5억 원 미만’ 공사와 ‘5억~50억 원 미만’ 공사 등에 따라 산안비 요율을 차등 적용한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2013년 이후 제자리 수준인 산안비 때문에 요율로 정한 산안비보다 최대 30%가량 더 많은 산안비를 부담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대형 건설사 7곳의 현장당 추가투입 산안비 규모는 최저 6200만 원부터 최대 30억 원에 달했다.
이렇듯 추가 안전 관리비용을 부담할 만큼 건설업계의 중대재해 예방은 시급한 상황이다. 고용부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사망사고 규모는 각각 584건(598명)으로 전년 대비 27건(46명) 감소했다. 다만 건설업종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건수는 총 297건으로 전체 사고 건수의 절반(50.8%)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사고 순위 2위인 제조업(165건)의 두 배 수준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0년 넘게 산안비 요율이 제자리였던 것을 고려하면 현실화 조치가 당연하다”며 “산안비가 늘어나면 발주처 부담이 증가할 수 있지만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안전관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관리 비용이 늘었다고 공사비 증액을 꺼릴 곳은 없다고 본다. 특히 정부 등 대형 발주처는 산안비 증액을 칼같이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 역시 “2013년 이후 산안비 요율이 고정된 상태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안전 요구사항을 충족하려면 최소 17% 수준의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용역 결과도 있다”며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정부가 건설 현장의 상황을 반영해 산안비 요율 인상을 결정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