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는 흐름”…K배터리, 멈추지 않는 투자 시계

입력 2024-08-1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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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길어지는 캐즘에도
상반기 14조7000억 원 투자
"미래 전기차 시장 성장 대비"

▲미국 오하이주 워런 얼티엄 셀즈 공장 전경. 워런(미국)/AP뉴시스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투자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전기차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고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합산 설비투자 규모는 14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3사는 2분기에만 총 7조7605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1분기(6조9375억 원)보다 약 12% 증가한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규모는 1분기 2조9075억 원에서 2분기 2조9213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 삼성SDI는 1분기 1조6000억 원, 2분기에는 2조1503억 원을 투자했다. SK온은 분기 말 기준 이미 지출한 금액을 공개하는데, 이를 토대로 2분기 2조6889억 원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추산된다. 1분기에는 2조4300억 원을 투자했다.

글로벌 수요 위축에도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보고 투자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실적 하락에도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한창이다. 올 상반기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SDI 7.2%, SK온 4.59%, LG에너지솔루션 4.2% 순으로 각각 나타났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배터리 기업의 투자 속도 조절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지고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953억 원을 기록했는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25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SK온은 2분기 영업손실 4601억 원으로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SDI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8% 감소했다.

공장 가동률도 급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반기 평균 가동률은 59.4%로 2022년 73.6%, 지난해 69.3%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SK온은 중대형 전지 시설의 평균 가동률이 지난해 87.7%에서 53%로 하락했다고 공시했다. 삼성SDI는 자동차 배터리를 포함한 중대형전지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투자 속도 조절뿐만 아니라 투자 축소까지도 시사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신규 증설 투자는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되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해 당분간 전략적, 필수적 투자에 한해서만 집행하고 필요하면 증설 규모 축소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은 그룹 차원의 사업 리밸런싱(재조정)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를 강화하고,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을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SK온 역시 SK엔텀·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3사 합병을 준비 중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당초 하반기 실적 반등을 예상했지만 전방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고, 원재료인 메탈 가격 하락세도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 대선 등 이벤트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투자 속도 조절과 고강도 비용 절감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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