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대야가 역대 최장 기록을 쓰며 전국적으로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지구 평균 온도가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지구'로 평가됐다. 그 여파로 올여름 태풍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폭염이 한풀 꺾인 뒤 찾아올 것이라는 예보에 관해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예년보다 센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태풍은 고기압 테두리를 따라 들어오고, 에너지원은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다. 현재는 바다 온도가 높아 수증기가 더욱 많이 생기기 때문에 강한 태풍이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와 더운 날씨의 원인에 대해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땅을) 다 덮어 열을 굉장히 많이 머금게 된다. 녹지는 열을 수분 증발시키는 데에 사용해 실제 기온은 잘 안 올라가는 데 반해 도심은 열이 온도를 올리는 데 쓰여 기온이 더 빨리 올라간다"고 '열섬 현상'을 이야기했다. 이어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낮에 머금었던 열들은 밤에 계속해서 배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북태평양 고기압권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데다가 티베트쪽 고기압이 확장되며 위쪽에서 덮고 있다. 공기가 압축되며 온도가 올라가고 날씨가 좋아 햇빛도 세게 들어와 기온이 더욱 상승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조 전 원장은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기온 상승은 전 세계 대비 3배 정도 빠르다. 위도가 좀 높아질수록 빠른 측면이 있고, 도시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의 사계절 중 봄, 가을이 사라질 것이라는 꾸준한 우려에 "100년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실제로 겨울이 1개월 줄고 여름이 1개월 늘긴 했으나, 시기가 바뀌었기 때문에 없어졌다고 느끼는 것이지 짧아지지는 않는다"며 "봄은 일찍 시작해 일찍 끝나고 가을은 늦게 시작해 늦게 끝나버리기 때문에 꽃과 단풍을 보기 어려워 두 계절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속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에 대해 "이번 세기 중반 정도가 되었을 때 폭염은 현재보다 2배가 늘어나고, 열대야는 5배가 늘어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겨울에 극단적으로 추워지는 것이 줄어들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 대기 입장에서는 균형이 무너진 것이기 때문에 폭염이나 열대야가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한파가 완전히 없어지거나 줄어든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번 여름 폭염에 대해 그는 "이번 주는 비가 와 약간 누그러지지만 다음 주 초까지는 열대야와 폭염에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절기상 처서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것을 언급했다. 이어 "여름이 이미 한 달 늘어났기 때문에 더위가 사그라드는 '처서 매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록적 폭염에 기상청이 처음으로 '폭염 백서'를 마련하기로 한 가운데 조 전 원장은 "폭염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주로 야외에서 일하는 농부, 건설·택배 노동자와 쪽방에서 사는 고립된 삶의 노인 등 에너지 빈곤층이다. 폭염시 작업중지권 등의 안전망을 제도화하는 것과 사회의 약한 부분을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