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 100조 돌파…개별은 59조 역대 최대
코스닥, 매출액 증가했지만 재무상태 악화…순이익 8.93%↓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면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0조 원을 돌파했고,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종별 실적은 양극화 양상을 보인다. 반도체 업턴(상승기)이 시작되면서 전기전자 업종은 실적 회복세가 두드러졌지만,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했던 철강금속과 화학 등 제조업체들은 부진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중소·벤처기업이 몰려있는 코스닥 상장사들은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줄어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반오장’(반도체만 오르는 시장)이 실적시장에서 현실화됐다는 평가다.
19일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701사 중 620사(연결기준)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상반기 영업이익은 102조990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07.2% 늘어난 78조7372억 원이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한 1474조4808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6.98%, 순이익률은 5.34%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연결 매출액 비중 9.9%)를 제외한 경우 매출액은 3.3% 소폭 증가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3.7%, 79%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개별기준으로 살펴보면 상장기업 709곳의 영업이익은 59조232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97.3% 증가한 규모다. 매출액과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47.7% 증가했다.
분석대상기업 620사 중 연결기준으로 492사(79%)가 반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476사) 대비 16사 증가한 것이다. 적자기업은 128사(20.7%)로 지난해 상반기 144사 대비 줄었다. 상반기 유가증권 상장기업들의 연결부채비율은 113.1%로 전년 말 대비 0.26%포인트(p)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이 포진해 있는 코스닥 기업들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었다. 12월 결산 상장기업 1146사의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 8.9% 감소해 5조4996억 원, 3조8596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4.17%, 2.93%로 전년보다 0.23%p, 0.41%p씩 감소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한 131조8652억 원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악화했다. 부채비율은 2분기 말 기준 106.4%로 지난해 말보다 0.61%p 증가했다. 분석 대상 기업 1146사 중 상반기 순이익 흑자기업은 705사(61.5%)로 전년 동기 대비 2사 증가에 그쳤다. 441사(38.5%)는 적자를 나타냈다
업종별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전체 17개 업종 가운데 전기전자(15.1%), 운수창고업(10.4%) 등 11개 업종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기전자(흑자전환), 전기가스업(흑자전환) 등 13개 업종에서 증가했다. 전기전자 업종은 상반기 영업이익 30조557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03% 증가한 상반기 영업이익 17조499억 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8조3546억 원을 거두며 흑자전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기전자 업종 전체 영업이익(30조5574억 원)의 83%에 달한다. 순이익은 10개 업종에서 증가했다.
연결기준 금융업(41사)의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9.2%, 5.2% 증가했다. 보험과 금융지주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1%, 8.3% 증가하며 실적이 개선됐다. 보험과 증권은 순이익이 각각 14.1%, 5% 늘었다.
반면, 철강금속(-33.3%), 기계(-22.1%), 화학(-6.6%), 통신업(-2.5%) 등 4개 업종은 영업이익이 줄었다. 순이익은 기계(-34%), 철강금속(-31%), 화학(-24.2%) 등 6개 업종에서 감소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순이익이 감소한 업종이 증가보다 2배 많았다. 기계·장비(64.8%), 일반전기전자(53.4%) 등 7개 업종의 순이익이 증가한 반면, 오락·문화(-85.5%), 제약(-52.5%), 화학(-80%) 등 14개 업종에서 순이익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에 편중된 차별적인 경제성장이 상장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째 전년 동기 대비 증가 흐름을 이어오고 있는 반면, 실질 내수소비는 9분기 연속 감소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하반기가 시작된 7월 수출증가율(13.9%)에서 반도체(비중 50.1%)를 제외하면 나머지 품목의 수출증가율은 7.5%로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이 아직 전산업으로 확산되지 못한 채 차별적인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며 “내수 회복이 전제되지 못한 차별화된 성장은 외부 충격에 더욱 취약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