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연체율 %…"자영업자 대출 보수적으로 관리"
최근 1년 새 ‘나홀로 사장님’이 11만 명 사라지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자영업자가 줄어들면서 은행권도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저금리로 받았던 대출이 ‘고금리 부메랑’이 돼 빚을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무너지자 은행 연체 관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내수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으로 향후 폐업기업이 계속 속출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 문턱도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예금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454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446조2000억 원) 대비 7조 9000억 원 불었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기준 동월( 325조 2000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40%(128조 9000억 원)나 폭증한 규모다. 폐업을 막고 버티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자 내기가 버거워지면서 연체율도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5월 개인사업자대출은 4월 0.61%에서 5월 0.69%로 0.08%p 급등했다. 2014년 11월(0.72%)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중소법인(0.20%p)보다 개인사업자(0.24%p) 오름 폭이 더 컸다.
문제는 건전성 관리에 보수적인 시중은행들의 연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자영업자 대출액은 7월 기준 1조576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1조2821억 원 보다 3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같은기간 연체율도 4.18%에서 5.0%로 0.82%p 높아졌다.
최근 자영업자 대출에 집중했던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연체 잔액도 지난해 말 563억 원에서 올해 3월 715억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1.24%에서 1.65%까지 높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물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본력이 약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은행권의 경우 연체율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음에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했다.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에 돌입한 상태다. 5대 은행이 4월부터 6월까지 취급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는 연 5.52%로, 2021년(2.27%)과 비교해 3%p 이상 높다.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일 경우 제2금융권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최근 ‘소상공인 자영업자 종합 대책’을 발표한 배경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종합 대책의 핵심은 △상환연장제도 개편 △전환보증 신설 △대환대출 지원대상 확대 등 ‘금융지원 3종 세트’로 본격적인 시행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지원책도 ‘임시 방편’일 뿐이란 지적이 나온다. 올 하반기 이뤄질 것으로 보였던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대출에 발목이 잡히면서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으로는 자영업자 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분간 경기불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데 대출 기한을 연장해준다고 하더라도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폐업한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취업이나 다시 사업을 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