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매력 감소에 ‘빚투’도 20조→17조 급감
초단기 금융 상품 CMA·MMF는 ‘각광’
증시 변동 폭이 커지자,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떠도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증시에 직접 투자하려는 움직임은 줄어들면서 단기 자금을 굴리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 잔고는 전날 기준 52조5882억 원으로 집계됐다. 59조 원이 넘던 8월 5일에 비하면 11.6%(6조8994억 원) 줄어든 규모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식시장 주변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돈이나 주식을 팔고 찾지 않은 돈을 뜻한다. 주식 투자에 언제든 활용할 수 있어 대기성 자금이자 주식 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일명 ‘빚투’ 규모도 급감했다.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주식 살 돈을 빌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7월 20조 원대에 달했지만, 현재 17조 원대로 주저앉았다.
본래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에 힘입어 증시로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다만 이달 발생한 증시 폭락 사태를 기점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증시 대기자금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블랙먼데이’로 기록된 5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77% 하락한 2441.55에, 코스닥은 11.30% 떨어진 691.28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투자 대기자금 중에서도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블랙먼데이’ 전 200조 원대던 MMF 수탁고는 증시 폭락 후 소폭 줄어들다 16일 199조 원대로 상승하며 회복세에 들었다. CMA 잔고는 87조 원을 넘기며 증시 폭락 사태 이후 1조 원 넘게 늘었다.
주식 투자 매력이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증시에서는 발을 빼고 있지만, 증권사가 자금을 대신 굴려주는 초단기 금융 상품은 오히려 각광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가 2600선에 머물며 박스피를 지속하는 등 증시 불안이 지속되자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은 커지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도 하반기 증시 회복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경제 지표 동향과 금리 인하 여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결정되는데,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어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기술적 갭 저항선’이 있는 2700포인트(p) 중반 근처까지 반등에 성공했다”면서도 “‘갭 저항선’을 뚫기 위해선 중앙은행의 립 서비스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경제지표·기업실적’이 경기침체가 아님을 확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성장률 둔화 우려가 있어 이익 추정치의 신뢰가 높지는 않고, 3분기 실적 발표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만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 높거나, 올해를 저점으로 이익 턴어라운드 기대 업종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