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대피 후에도 추가 공격
미국 “발데스 참사 4배 규모”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해군은 엑스(X·옛트위터)를 통해 “홍해 해역에 있던 그리스 유조선 ‘MV 수니온호’에 대한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며 “선박에 대량의 원유가 실려있어 심각한 환경 위협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해군은 “이는 심각한 생태 재앙으로 이어져 해당 지역의 생물 다양성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종류의 공격은 항해의 자유에 대한 위협뿐 아니라 선원의 생명과 환경, 나아가 역내 모든 시민의 생명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21일 유조선을 공격했다. 첫 번째 피격 후 선박에 탑승했던 승무원들은 프랑스 해군 함선의 지원을 받아 대피했다. 그러나 이후 후티 반군이 추가로 선박에 대한 공격을 벌이면서 버려진 배가 해상에서 불타고 있다.
미 국무부 역시 별도 성명에서 “후티 반군의 유조선 공격이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위기에 처했다”며 “후티 반군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홍해에 100만 배럴 상당의 원유가 유출될 위기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엑손발데스호 참사의 4배에 달하는 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승무원이 대피한 후에도 공격을 가한 것을 두고 “배와 화물을 바다에 가라앉히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국무부는 “후티 반군은 이러한 공격을 통해 예멘 시민과 이 지역의 다른 사회가 생계를 위해 의존하는 어업과 지역 생태계를 파괴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들의 무모한 공격은 역내 필수적인 인도적 지원을 방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전쟁을 벌인 후 꾸준히 홍해 바닷길을 위협하고 있다. 한동안 공격이 멈추기도 했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레바논 헤즈볼라가 다시 갈등 수위를 높이자 홍해에서의 활동을 재개했다. 그간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선박들은 침몰했는데, 이번 수니온 호의 경우 실려있는 화물을 고려할 때 가장 심각한 사고가 될 위험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