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ㆍ이재현, 범삼성가 파워로 협업 확대
G마켓·SSG, 대한통운 손잡고 물류비 절감
양사, 멤버십ㆍ콘텐츠 등 전방위 협업 추진
‘범삼성가’인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동맹 관계를 지속하며 제품 개발, 유통, 물류 전방위로 협업 중이다. 이들의 동맹은 각 그룹의 수장인 정용진 회장, 이재현 회장의 돈독한 사촌 관계 덕에 끈끈히 유지되고 있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은 각각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창업주의 외손자, 친손자다. 식품·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해지자 두 기업은 ‘규모의 경제’로 효율화를 꾀하자는 목적으로 손을 잡게 됐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CJ제일제당 양사는 공동 기획으로 ‘햇반 강화섬쌀밥’을 출시했다. 앞서 신세계·CJ그룹은 6월 전방위 업무협력(MOU)를 체결하고 온·오프라인 유통과 물류, 콘텐츠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햇반 강화섬쌀밥 출시는 해당 MOU의 일환이다.
이마트와 CJ제일제당이 기획 단계부터 손을 잡고 출시한 7번째 제품이다. 신제품은 이마트가 ‘임금님이 먹던 쌀로 즉석밥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인천 강화군에서 재배한 ‘강화섬쌀’에 CJ제일제당의 솥밥제조 노하우를 더해 보리 달인 물로 밥을 지어 고슬고슬함을 극대화 했다. 이마트에서 단독 판매한다.
양사는 지난달에도 공동기획해 ‘제주식 고기국수’와 ‘육개장칼국수’ 등 국물요리 2종을 이마트에서만 단독으로 선보였다. 이마트는 앞으로도 비비고, 고메, 햇반, 백설 등 CJ제일제당의 브랜드의 8대 전략 식품 관련 공동 마케팅을 펼 계획이다.
두 그룹은 물류 부문에서도 적극 협업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의 익일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 물량을 CJ대한통운에 위탁했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은 월평균 250만 건, 연간 3000만 건에 달하는 G마켓 스마일배송을 도맡는다.
CJ대한통운은 앞으로 SSG닷컴 ‘쓱배송’과 ‘새벽배송’ 물량도 상당 부분 맡을 예정이다. SSG닷컴이 운영하는 물류센터 3곳(김포 2곳·오포)을 연내 위탁받을 계획이다. 업계는 CJ대한통운이 G마켓과 SSG닷컴 물류를 전담하면 연간 매출이 30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본다. 신세계그룹도 물류비를 최대 20%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전망이다.
두 그룹이 이처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온·오프라인 유통환경이 급속히 바뀌면서 각자도생만으로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에게 ‘유통 공룡’ 자리를 내준 신세계그룹의 위기감이 크다. CJ그룹도 캐시카우인 CJ제일제당 로켓배송 납품가를 두고 쿠팡과 갈등을 반복하다 1년여 만에 재입점하는 고초를 겪었다. CJ제일제당으로선 이마트 같은 대형유통채널과 협업하는 것이 절실해진 셈이다.
두 그룹은 자사 고객 멤버십을 활용한 협력도 이어갈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포인트와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을, CJ는 CJ 원(One)포인트를 각각 운영 중인데 공동 혜택을 늘려갈 계획이다. 신세계 포인트와 유니버스클럽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쇼핑 혜택이, CJ 원포인트는 CGV와 올리브영 등에서 포인트 적립과 사용이 각각 최대 장점이다.
이밖에 신세계 하드웨어와 CJ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미디어 사업과 콘텐츠 분야에서도 양사는 협력을 늘릴 계획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멤버십 협력 등에 관해선 아직 논의를 하는 단계”라며 “향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양사의 성장성을 제고하고 고객 만족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