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은행 부실채권 4년 만에 최고… 가계대출 눌러 기업대출 늘렸더니 부실 부메랑

입력 2024-08-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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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2분기 부실채권 잔액 14.4조 4년만에 최고
지난해 말부터 기업대출 올인, 결국 은행 부실율↑
하반기 가계대출 사실상 ‘개점휴업’...진퇴양난 빠진 은행권

지난해부터 기업대출을 대폭 늘린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2분기 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신규 부실이 중소기업에서만 4조5000억 원이 발생했다. 정부가 지난해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자 기업대출로 영업 전략을 튼 은행들이 ‘부실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이다. 다음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에 추가 패널티 압박으로 가계대출 영업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될 은행들은 부실화 우려로 기업대출까지 뚫기 어려워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해 6월말 기준 부실채권은 14조 4000억 원으로 전분기(13조 4000억 원)대비 1조 원 증가했다. 2020년 2분기(15조 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중소기업(4조5000억 원)과 가계 여신(1조3000억 원)을 중심으로 신규 부실채권이 발생했다. 전 분기보다 1조9000억 원 증가한 6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부실채권 비율도 2021년 6월 말(0.54%)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분기 말보다 0.03%포인트(p) 상승한 0.53%로 집계됐다.

기업 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0.65%로 전 분기보다 0.04%p 올랐다. 대기업 여신(0.44%)은 전분기 말(0.48%) 대비 0.04%p 내려간 반면 중소법인(0.77%)과 개인사업자 여신(0.44%)이 각각 0.11%p, 0.03%p 뛰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중소기업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부실률이 높아진 것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 나선 지난해 말부터 기업대출에 경쟁적으로 올인한 은행들은 ‘기업대출 발(發)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884조9771억 원으로, 전년 말(784조197억 원) 대비 7.8% 증가했다. 증가폭만 놓고 보면 가계대출보다 크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562조8504억 원에서 576조1292억 원으로 2.4% 늘어났다. 정부가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일부 취약차주 대상의 자금 공급을 지속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기업대출이 확대된 배경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큰 중소기업 대출이 많이 나가면서 부실률도 높아졌다.

문제는 하반기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가뭄’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총량 관리에 들어가면서 가계·기업대출 영업이 모두 여의치 않아서다.

전날 금감원은 올해 경영계획상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지 못한 은행에 대해 내년 계획 수립 시 평균 DSR 목표치를 낮춰 대출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이같은 패널티를 받지 않으려면 상환보다 신규 대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 벌써 일부 은행들은 전세자금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까지 제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를 무조건 억누르면 기업대출로 쏠림현상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기업대출 부실을 고려할 때 은행의 건전성이 장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경제의 두축인 기업과 가계에 자금 지원을 지속하면서 투기성 수요를 잡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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