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기준금리 인하 신호를 확인하고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다시 주가 부양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다음 달 말 밸류업 지수 발표를 시작으로 다시금 밸류업에 대한 관심도 회복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9일 유안타증권은 "증시의 움직임은 펀더멘탈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하기 때문에 모멘텀이 약화되며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익전망치 상향조정 중이나, 상향조정 업종 수는 줄어들고 있고, 여전히 원화 약세 수혜를 입었던 업종 중심의 상향조정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증시는 지난 5일 블랙먼데이 낙폭을 다소 회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제한적인 흐름이다.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강하게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의 실적에 대한 경계감이 있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의 경계심이 특히 더 크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제한적인 흐름 속에서 외국인의 수급 영향력도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약 2조 원을 매도하고 있으며, 증시 내 거래비중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라며 "최근 하락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시켜 수급 영향력의 추가적인 약화 가능성도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증시 펀더멘탈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는 가운데 3분기 이익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질 가능성도 높다. 1~2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로 3분기 전망치가 지속 상향조정되고 있지만, 상향조정되고 있는 업종의 개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소수 업종의 상향조정이 증시 전체의 전망치를 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증시와 같이 3분기 이익전망치가 상향조정되며 증시 전망치 상승에 기여한 업종은 기계, 조선, 방산 등이 있다. 특징적인 부분은 이들 업종이 대체로 원화 약세 수혜를 입었던 업종이라는 것"이라며 "최근 하락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이를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주가 퍼포먼스를 고려하면 3분기 이익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좋은 돌파구다.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를 위한 가칭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밸류업 지수)' 개발을 1차적으로 마치고 다음 달부터 연계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거쳐 다음 달 말 최종 밸류업 지수가 발표된다.
밸류업 지수와 관련해 업종별로 쿼터를 두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기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았고, 밸류업 공시를 제출한 금융지주와 같은 종목 외에 다른 종목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유안타증권은 업종별 쿼터제가 현실화한다는 가정 하에, 각 업종 내에서 밸류업 지수 포함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S-Oil, 강원랜드, 영원무역, 동원산업, 이노션, 두산밥캣, KCC, 오뚜기, 지역난방공사, 현대홈쇼핑, 대한항공, 제일기획, BGF리테일, LX세미콘, 컴투스 등을 제시했다. 이중 지역난방공사와 컴투스는 밸류업 공시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