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 서강대 명예교수 “사전증여 확대 필요…경영자 살아있을 때 노하우 전수 유리” [상속·증여제도 개편 세미나]

입력 2024-08-2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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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 서강대 명예교수가 29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상속·증여제도 개편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투데이,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법무법인 화우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가업승계 상속·증여제도 개편과 관련해 사회적 인식과 산업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제도 정착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해결책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조현호 기자 hyunho@)

임채운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사후상속보다는 사전증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2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법무법인 화우가 공동 주최한 ‘상속·증여제도 개편 세미나’에서 ‘기업승계와 선순환 경제 위한 상속·증여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일본(55%)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보다 높다. 프랑스(45%), 미국(40%), 영국(40%)은 최고세율이 40% 수준이고, 캐나다, 이스라엘, 스웨덴, 노르웨이, 싱가포르 등은 상속세가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 비율은 0.68%로 일본(0.51%)보다 높다.

임 교수는 상속 세제가 시대변화와 경제 규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왔다고 지적한다. 증여세도 마찬가지로 과세표준이 경제 규모의 성장을 반영하지 못했다.

1999년 상속세 최고세율을 45%에서 50%로 올리고,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을 50억 원 초과에서 30억 원 초과로 낮춘 뒤 20여 년간 유지했다. 2000년 이후 한국경제 규모는 3배 이상 성장했지만, 제도가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여 년 만에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했다. 최대주주 등 보유주식 20% 할증평가를 폐지한 점은 기업승계 지원 방안으로 꼽힌다. 상속·증여세 최저세율 10%가 적용되는 과세표준은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확대했다. 자녀 공제 금액은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증액했다.

특히 가업 상속·승계 제도 개선이 병행됐다. 밸류업·스케일업·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에 대해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공제 한도 상향 조정이 이뤄졌다. 기존에는 중소기업·매출액 5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이 대상이었으나 중소기업·중견기업 전체(상출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제외)로 확대됐다.

공제 한도도 밸류업, 스케일업 우수기업은 2배 확대됐다. 10년 이상 600억 원, 20년 이상 800억 원, 30년 이상 1200억 원이다.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은 한도가 없다. 이밖에 가업상속공제와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가 적용되는 사업용 자산의 범위를 확대해 임직원 임대주택, 주택자금 대여금을 추가했다.

임 교수는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가 가장 큰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최대주주 20% 할증에 최고세율(40%)을 더한 60%는 징벌적 과세였다”며 “개편안은 가업 상속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3분의 2 수준으로 경감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또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와 공제 한도 상향 조정의 성장잠재력 활성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공제대상 요건에서 매출액 기준을 폐지해 중소기업의 성장 동기 촉진과 중견기업의 기업승계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제 한도 상향 조치는 중소·중견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밸류업)과 경제적 기여도(스케일업)를 높여 명문 장수기업의 기업승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에 무제한 가업상속공제를 허용한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사전가업승계) 공제 한도가 빠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임 교수는 “향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가 가업상속공제를 뒤따라 공제 한도를 증액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계획적인 가업 승계를 위해서는 사후 상속보다 사전 증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자가 사망해야 발생하는 사후 상속보다 사전 증여를 통한 가업의 노하우 전수가 쉽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계획적 승계가 돌발적 승계보다 기업의 영속성 측면에서 훨씬 바람직하다”며 “독일의 경우 증여와 상속 간 세제 지원에 차이가 없고, 사후 상속과 사전 증여에 차이를 둬야 할 이유가 불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가업상속공제를 개편할 경우 자동으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도 연계해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했다.

이번 세제 개편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상속세와 비교하면 증여세 개편의 폭이 미흡하다”며 “증여재산 공제액은 상향 조정하지 않고 현행을 유지했고, 증여세 최저세율(10%)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확대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30억 원 이상 고액자산의 증여세 경감이 가장 큰 혜택인 반면, 10억~30억 원 증여세는 그대로 유지(40%)돼 중산층 세 부담 경감이라는 명분이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시대에 증가할 ‘노노상속’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결여됐고, ‘부의 대물림’이라는 정서에 가로막혀 ‘생전증여’와 ‘조손 상속·증여’ 시도를 못 한다고 짚었다.

임 교수는 “앞으로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사후 상속’보다 ‘사전 증여’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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