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분할 처분‧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 3배 이상 급증
양소라 변호사 “예방 비용이 실제 분쟁 비용보다 훨씬 저렴”
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 등 사전상속 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갈수록 상속 분쟁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취지다.
양소라 법무법인(유한) 화우 변호사는 29일 이투데이 주최로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토파즈룸에서 열린 ‘상속‧증여제도 개편 세미나’에서 “상속 분쟁은 타협과 양보가 어려운 만큼, 예방하는 데 쓰는 비용이 실제 분쟁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밝혔다.
이어 “상속 분쟁은 장기화하면서 비용이 많이 들고, 가족관계가 파탄 나는 경우가 많다”며 “10년 가까이 상속에 따라 소송만 하고 있는 집안도 있다. 비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사전준비를 통해 분명한 대응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관계라도 상속 문제는 민감한 부분이다. 법률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거나, 불공평하다고 느껴지면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번 분쟁이 일어나면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특히 가족관계 다양화, 제도 변화, 부동산 가치 상승 등 갈수록 변수가 많아진다. 그만큼 분쟁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처분’ 접수 건수는 2014년 771건에서 2022년 2776건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망자의 재산을 전혀 받지 못했거나 더 많이 받아간 다른 상속인에게 자신의 법적 권리(유류분)만큼 돌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 접수 건수도 2012년 590건에서 2022년 1872건으로 10년간 3배 이상 급증했다.
양 변호사는 가족 간 상속분쟁 예방을 위해 유언 및 사전증여 활용을 제안했다. 유언은 녹음, 자필증서,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 등 요건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유언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상속인들 간에 유언장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 빈번한 만큼 전문가의 확인으로 효력을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양 변호사의 설명이다.
또 다른 분쟁 예방법으로는 유언대용신탁을 꼽았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위탁자)이 금융사(수탁사)와 계약을 맺고 재산을 맡긴 후 배우자, 자녀 등 수익자·상속인에게 배분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위탁자는 수탁자에게 재산(금전, 부동산, 유가증권 등)의 소유권을 이전해 생전에는 금융사를 통해 재산을 관리·운용하며 수익을 받는다. 이후 위탁자가 사망하면 사전에 설계한 방식대로 가족에게 재산을 나눠 지급할 수 있다.
양 변호사는 “유언대용신탁은 고령화와 치매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방식이 쉽고 자산 관리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수수료가 발생하고 아직 명의 이전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구하라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회는 전날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자녀를 학대한 부모는 상속권을 받지 못하게 하는 민법 개정안(구하라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양 변호사는 “누가 봐도 패륜아라고 여겨진다면 ‘상속권 상실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재산을 물려주기 싫을 경우 대응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확실히 기재해 놓으면 법원에서 존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