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서도 점유율 급증…쓱닷컴 미식관 매출 63%가 4050
타 연령 대비 고소득ㆍ자산, 온라인ㆍ스마트폰에 익숙한 영향도
4050세대가 국내 온ㆍ오프라인 유통가에서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자신 대신 가족을 위한 소비에 치중했다면 근래에는 가족 형태가 다양해진 데다 피규어나 스포츠, 연예인 등 개인 취향에 선뜻 지갑을 여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른바 '해저씨(해태 시절부터 타이거즈를 응원해 온 아저씨)'나 '어른이'들이 강력한 경제력 등 통해 적극 소비층으로 부상한 것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올해 6월 판매에 나선 KBO 야구카드 100만 장이 불과 사흘 만에 완판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예상치 못한 빠른 판매 추이에 해당 편의점은 부랴부랴 2차 물량 100만 장을 추가로 확보해 판매를 재개했고 이 역시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전부 팔려나갔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지만 이들보다 더 열광하는 이들이 구매력 높은 '어른이팬'들"이라고 귀띔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와 아이파크몰 등에도 고가의 피규어와 프라모델 등을 파는 매장이 입점해 있다. 이 곳의 '큰 손' 역시 지갑 두둑한 성인들이다. 이같은 수요에 발맞춰 완구업체 레고는 실내 인테리어부터 영화·게임·자동차까지 성인들의 폭넓은 관심사를 겨냥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국산 프라모델 제조 업체 아카데미과학도 성인을 겨냥한 레트로 제품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4050세대의 구매력은 고가 명품에서도 눈에 띈다. 비씨카드가 최근 4년 간 서울 청담동 명품매장 연령대별 결제 현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 4050세대 비중이 48%(2020년)에서 68.7%(2023년)로 20%포인트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시기 2030세대 비중은 28%에서 19%대로 내려앉았다. 4050세대의 소비 역시 구매건수 자체는 줄었으나 건당 결제액이 늘면서 총 매출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4050세대의 소비 확대 추세는 오프라인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삼성카드가 28일 공개한 2024년 상반기 블루인덱스 모니터링 리포트를 보면 4050세대 카드결제액 중 온라인쇼핑 침투율(개인 전체 쇼핑액 중 온라인쇼핑액 비중 평균치)은 51.3%로 집계됐다. 4050세대의 온라인쇼핑 침투율은 올해 처음으로 50%를 돌파했을 뿐 아니라 전년 대비 상승폭(3.3%포인트)도 가장 가팔랐다. 이 기간 2030세대와 60대 이상 상승률은 각각 3.1%포인트, 1.9%포인트를 기록했다.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생필품도 주문하는 4050세대도 늘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사인 SSG닷컴(쓱닷컴)에 따르면 식품 버티컬 전문관 ‘미식관’ 매출의 63%가 4050 고객에서 발생했다. 미식관은 유행을 반영한 밀키트와 프리미엄 식료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건당 주문 금액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50대가 차지했다.
유통가에서 4050세대의 소비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는 해당 강력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라이프사이클 상 가장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해 고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최근 장기화된 고물가ㆍ고금리 영향으로 사회초년생에 해당하는 2030세대의 소비력이 약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들어 다양화된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과거 개인 취미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거나 지갑을 여는 중장년들이 많지 않았던 반면 최근에는 피규어나 스포츠, 연예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장들로 진입이 원활해진 상태다.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Kidult)' 문화도 일상화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1조6000억 원 수준인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향후 11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현 4050의 경우 인터넷과 휴대폰의 태동을 지켜 본 세대인 만큼 이들이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온라인쇼핑의 주 소비층으로 자리잡은 측면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현재 4050세대들은 90년대부터 컴퓨터와 PC통신을 사용해왔고 휴대폰과 스마트폰이 이미 익숙한 세대로 과거의 중장년과는 다르다"며 "여기에 팬데믹으로 비대면 쇼핑이 일상화된 점도 소비행태에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