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오른다”…빅테크로 몰려간 서학개미 투심 ‘여전’

입력 2024-09-03 15:38수정 2024-09-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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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저가 매수 노린 美빅테크 사랑
국민연금도 미국 주식 바구니에 M7 한가득
증권가 “불확실성·변동성 유의…차익실현 나설 필요도”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빅테크 주가가 조정을 겪으며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저가 매수를 노린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도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에 빅테크를 많이 담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는 개인과 기관 투자자 모두 미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우호적인 편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주가 고점론을 꺼내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테슬라를 127억 달러(약 17조 원)가량 보유해 미국 주식 중 가장 많은 보관금액 규모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120억 달러(약 16조 원), 애플 51억 달러(약 7조 원) 마이크로소프트 35억 달러(약 5조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초 127억 달러를 넘기며 1위를 기록하던 엔비디아 보관금액이 실적 발표 경계감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빅테크 중심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 중인 셈이다.

심지어 서학개미는 엔비디아도 지난달 28일(현지지간) 실적 발표 이후 2거래일간 4017만 달러(548억 원)나 순매수했다. 실적 발표 후 6%가 넘는 급락세를 보이자, 저가 매수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학개미는 엔비디아 매수세가 줄었던 자리를 반도체·기술주로 채웠다. 특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며 업계 전반에 투자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 8월 한 달간 서학개미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를 4억 달러(약 5261억 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이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루 변동 폭을 3배 추종한다.

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수익률을 1배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SRS 1 ETF’(QQQ)도 1억 달러(약 1587억 원) 넘게 순매수했다. 이 외에도 8월 한 달 동안 24% 넘게 떨어진 인텔이나 테슬라 레버리지 ETF 등도 매도 우위를 보이며 사들였다.

8월 블랙먼데이에 전 세계 증시가 조정을 겪으며 빅테크도 하락세를 겪었지만, 9월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등에 힘입어 추가 매수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 외에도 미국 기술주에 대한 투심이 이전부터 깊었다. 국내 최대 ‘큰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2분기 국민연금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 비중 상위권에 일명 ‘매그니피센트7(M7)’이 몰려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각각 5.92%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고, 엔비디아가 5.83%로 그 뒤를 이었다. 2분기에는 지분을 소폭 줄인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M7 종목을 모두 사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빅테크 고점론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격히 상승했던 만큼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AI가 주도하는 빅테크의 실적도 피크아웃을 논하기엔 이르지만, 전술한 불확실성 요인들은 지속 변동성을 촉발할 여지가 있고, 이를 해소하는데 상당 부분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우선 수익이 난 부분은 차익실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공급이 문제가 없는 것과는 달리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Capex)가 내년에도 성장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문제”라며 “20222년 4분기부터 시작된 기술주 랠리는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하고, 기술주가 조정받는 사이 증시는 다른 곳에서 답을 찾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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