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 상반기 반도체 장비 구매액, 한국·미국·대만 합계보다 많아

입력 2024-09-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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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억 달러로 사상 최대…연간 500억 달러 전망
미 제재 강화 전 필사적 재고 확보 노력
내년 반도체 생산량, 전 세계 3분의 1 전망
일본에 반도체 수출 추가 통제 시 보복 경고

중국이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권의 고강도 반도체 대중 수출 제한에 맞서 ‘반도체 굴기’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중국이 올 상반기 반도체 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약 33조5000억 원)를 지출했으며 이는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이자 한국과 미국, 대만의 구매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SEMI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구매액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한국과 미국, 대만 등이 반도체 장비 구입액을 줄인 것과 달리 중국은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장비 폭풍 구매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업체도 최소 10곳 이상 가세했다. 닛케이는 “올해 중국이 새 반도체 공장 건설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올해 전체 반도체 장비 구매액이 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중국의 세관인 해관총서 통계를 분석해 “올 들어 7월까지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구매액이 259억 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며 “올해 남은 기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공격적인 구매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개발과 자립을 저지하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중국이 장비 조달이 막히기 전에 최대한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SEMI의 클라크 쳉 시장정보담당 수석 이사는 “중국이 신규 ‘성숙 노드 칩’ 제조 시설을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장비를 계속 구매하고 있다”면서 “추가 수출 통제 제한 우려로 중국은 사전에 구매할 수 있는 장비를 최대한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허베이성 슝안신구의 슝안과학기술혁신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슝안(중국)/신화뉴시스
이에 미국의 제재에도 여전히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큰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2분기 매출의 49.9%를 중국에서 올렸다. ‘노광장비(빛을 쬐어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장비)’를 독점 판매하는 네덜란드 ASML도 같은 기간 매출의 49%가 중국에서 나왔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 KLA의 최근 분기 실적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2%, 39%, 44%로 집계됐다.

중국의 공격적인 장비 구입에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자본집약도도 2021년 이후 4년 연속 15%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쳉 이사는 “지난 30년 동안 자본집약도는 15% 미만이었다”며 “이제 15% 이상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 같다. 이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공급 과잉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집약도는 근로자 1인당 얼마나 많은 자본이 들어갔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판매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산업의 수급 균형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중국은 반도체 생산량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6월 SEMI는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생산능력이 올해 15%, 내년 14% 각각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중국은 내년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월 1010만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미국은 중국에 대한 자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일본과 네덜란드 등 주요 반도체 장비 국가들에도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최근 맞불을 놓았다. 중국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일본이 중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 판매와 유지·보수를 추가로 제한하면 희토류 등 핵심광물 수출 중단 등 심각한 경제 보복을 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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