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장 대표 중국 항저우서 기자간담회...‘수수료 0%’ 파격조건 내세우며 쿠팡에 도전장
물류센터 없어도 OK…레이 장 대표, 맹공 모드
번역·현지 법규 고민?…알리바바 AI, 후방 지원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알리)가 한국 제품인 이른바 K-상품을 해외 시장에 본격 수출한다. ‘수수료 0%’ 파격 조건을 앞세워 국내 판매자(셀러)를 끌어모은 알리가 역직구 사업에 뛰어들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대만으로 한국 상품을 판매 중인 쿠팡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10일 알리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중순 한국에서 글로벌 셀링(역직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공식 론칭은 25일로, 이날 국내 셀러를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역직구 사업 비전과 지원 혜택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역직구 사업은 알리가 한국 셀러의 상품을 해외 지역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티몰이나 타옴바오 등을 통해 판매해왔으나 알리 플랫폼을 통해 역직구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레이 장(Ray Zhang) 알리 코리아 대표는 3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한국 취재진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알리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한국 상품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계획을 구상 중”이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중순 25일께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알리의 역직구 사업 진출 가능성은 지속해서 제기돼왔다. 올 3월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향후 3년간 투자액 11억 달러(약 1조4471억 원) 중 국내 판매자들의 해외 진출 지원에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책정했다. 이외에도 최근 한국 전문관인 K베뉴 입점 셀러를 대상으로 뷰티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K뷰티 상품 강화에도 나섰다.
특히 올 연말까지 K베뉴 셀러 수수료 면제 정책을 이어가면서 셀러를 빠르게 흡수 중이다. 알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9개월간 K베뉴에 입점한 국내 셀러 증가율은 월평균 148%를 기록했다.
알리는 물류센터 없이 역직구 사업 시동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물류센터 물색 작업이 당초 예상보다 지체되자 우선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알리와 협력 중인 물류회사의 센터를 일부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 대표는 “입점 셀러에게 더 많은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물류센터와 관련 없이 (역직구 사업을)진행하는 것”이라면서 “물류센터의 설계, 건설, 부지 선택,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중이고 인천, 평택 외에도 더 많은 옵션(지역)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알리는 국내 셀러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디지털 커머스 그룹(AIDC)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할 방침이다. AIDC는 이른바 큐웬(Qwen)으로 알려진 알리바바그룹 자체 개발 대형언어모델(LLM) 통이치엔원(Tongyi Qianwen)을 기초 모델로 한 AI를 활용 중이다. 상품명·상세페이지 번역 등을 비롯해 제품의 마케팅 포인트, 국가별 컴플라이언스 번역 등 현지화에도 활용된다.
카이푸 장(Kaifu Zhang) AIDC 부사장은 3일 중국 현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AI로 마케팅 포인트 확인으로 셀러는 광고비를 약 3% 절감했다”며 “LLM 사용 이후 판매 문의가 실제 판매로 전환되는 비율도 3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알리가 역직구 사업을 시행할 경우 국내 1위 이커머스 업체 쿠팡과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알리는 K베뉴를 통해 쿠팡과 국내에서 이커머스 사업 경쟁을 벌이는 중인데,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면 당장 쿠팡의 대만 신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대만에 진출한 쿠팡은 현재 대만 현지에 3개의 풀필먼트(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한국 상품을 판매·배송 중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쿠팡을 통해 대만에 진출한 중소기업은 1만2000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