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입점사 갑질 의혹’ 올리브영 공정위 신고 검토
지난해 말 올리브영 판단 미룬 공정위…“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로 제재할 듯”
CJ올리브영(올리브영)과 무신사가 뷰티(화장품) 플랫폼 강자 자리를 두고 뜨거운 ‘장외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상대업체의 입점사에 대한 갑질 의혹까지 문제 삼는 모양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뷰티 플랫폼사의 갑질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기존에 한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번복할지 주목하고 있다.
9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올리브영을 '업무방해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후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패션 플랫폼이 주력인 무신사는 2021년 '무신사 뷰티'를 론칭, 최근 화장품 유통 파이를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최대 뷰티 플랫폼 기업인 올리브영의 견제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올리브영이 복수의 납품업체에 경쟁사 판촉 행사 불참을 압박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신고에 따르면, 올리브영 관계자는 입점사에 "무신사 뷰티 페스타에 들어가면 올리브영 입점을 포기하는 것으로 알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무신사가 아직은 올리브영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무신사도 입점사에 대한 갑질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공정위는 관련해 무신사 본사를 현장 조사했다. 무신사 역시 시장지배적인 패션 부문 입점사를 상대로 타 플랫폼 입점을 제한하거나, 자사에 유리하게 가격과 재고를 관리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이런 계약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멀티호밍(한 업체가 다수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제한', '최혜 대우 요구'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서로의 갑질을 상호 제보했다는 의혹마저 제기하는 상황이다.
뷰티업계는 올리브영 갑질을 무신사가 어떤 혐의로 신고를 접수할지를 관건으로 본다. 올리브영은 작년 12월 입점사의 타사 행사 입점을 막는 등 불공정 거래 행위와 관련해 공정위의 법인 고발 및 과징금 부과 제재를 받았다. 다만 당시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며, 수천억 원대로 추정된 과징금과 달리 18억 원을 부과했다. 독과점 사업자란 판단은 미루고 갑질 행위만 처벌한 것이다.
이런 선례를 감안해 무신사도 '같은 혐의'로 섣불리 올리브영을 공정위 신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도 이제 막 뷰티 사업을 키워가는 신흥 업체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보다는 불공정 거래 행위로 인해 공정위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가 이미 올리브영은 시장지배적 지위자가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무신사도 이보다는 불공정 거래 행위에 초점을 맞춰 신고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불공정 거래 행위는 거래상 우위인지만 확인하면 처벌할 수 있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보다는 갑질이 쉽게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처벌 정도는 비교적 약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사실상 독과점인 올리브영도 시장지배적 지위가 아니라는 공정위의 판단으로 인해, 공정위가 후발주자의 갑질에도 이 혐의를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공정거래법 45조 제1항에 따라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로 올리브영이나 무신사를 제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