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달러채 조달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규모 신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데다가,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의 달러채 발행으로 견조한 한국물(KP) 수요를 확인하면서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르면 내년 초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첫 외화채 발행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남은 하반기 동안 글로벌 IR에 총력을 기울인 뒤 연초효과로 자금이 몰리는 내년 초 북빌딩(수요예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 홍콩, 싱가포르, 일본 도쿄 등 아시아 지역에서 기업설명회(NDR)를 개최했는데, 당시 기관 투자자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NDR 열기는 작년 말부터 뜨거웠다. 지난해 11월 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시작으로, 11월 말 미국 뉴욕·보스턴·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까지 태평양을 가로질러 활발한 해외 NDR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통상 연말은 기업들이 일찌감치 자금집행을 마치고, 근교에서 IR을 많이 여는 시기다. 대다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은 이 기간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IR을 열던 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북미와 유럽지역까지 IR을 전개하던 걸 보고 산업계에서는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때부터 국제 신용등급 획득을 염두에 두고 외화채 발행에 나서기 위해 글로벌 투자자들과 소통을 극대화하려던 의도로 풀이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에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사상 첫 신용등급을 받으면서 외화채 조달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외화채를 조달하려면 글로벌 신평사 2곳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글로벌 신평사 S&P(스탠다드앤푸어스)로부터 ‘BBB+’, 무디스로부터 ‘Baa2’ 등급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AA 이상 신용도를 받는 기업들도 해외시장에서는 평균 3노치(notch) 이상 하향 조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우량한 신용도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포스코 그룹 내에서 글로벌 신용도를 보유한 기업은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에 이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세번째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20여 차례에 가까운 기업설명회(IR)을 개최하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당사의 사업 성장 전략 전달 및 투자 유치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년 전 이 기간에는 해외 IR에 단 한 차례도 나선 적이 없었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홍보를 유치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오는 하반기 해외 NDR에 총력을 가할 예정인 또 다른 이유는 최근 있었던 수출입은행의 성공적인 외화채 발행의 영향도 있다. 수은은 지난 4일 북빌딩을 통해 총 53억 달러의 주문을 모으며 불확실한 금융 시장 속에서 견조한 KP물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한국물 시장은 지난 8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서 비롯한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 급락 이후 발행을 멈춰섰던 상황으로, 이번 발행이 한국계 기관의 본격적인 글로벌 자금 조달에 대한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수출입은행 이후 하반기 달러채 발행을 계획 중인 곳은 한국주택금융공사, KT, IBK기업은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