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낮아진 비주력 사업 정리하고 차세대 소재 집중
"배터리 사업 시너지 극대화"
삼성SDI가 전자재료사업부의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한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배터리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을 통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고, 차세대 소재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전자재료사업부의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에 양도한다고 10일 공시했다. 청주·수원 사업장의 편광필름 제조 및 사업 일체와 중국 우시법인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내용으로, 양도 가액은 1조1210억 원이다.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는 디스플레이, 스마트 자동차, 반도체 등 분야에서 40여 개의 관계사를 운영하는 눠옌(NY)캐피탈과 산하의 편광필름 제조·판매사 HMO의 합자회사다.
편광필름은 패널에서 액정과 조합해 전기 신호에 따라 빛을 차단하거나 통과시키는 광학필름이다. 액정표시장치(LC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적용돼 빛 투과도와 반사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2007년 삼성SDI(당시 제일모직)는 편광필름 전문업체 에이스디지텍을 인수하며 편광필름 사업에 진출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저가 물량 공세와 전방 수요 부진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추세다. 편광필름 사업을 포함한 전자재료 매출은 지난해 말 2조30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중국 우시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019년 647억 원에서 지난해 308억 원까지 감소했다.
이미 경쟁사들은 편광필름 사업에서 잇따라 손을 뗐다. 지난해 LG화학은 IT 소재 사업부의 필름 사업 중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정리했고, SKC는 2022년 필름 사업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한 바 있다.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삼성SDI의 전자재료사업부에는 반도체·배터리 소재와 OLED용 소재 사업이 남는다. 삼성SDI는 “차세대 소재 개발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배터리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편광필름 사업 매각을 통해 확보한 1조 원가량의 현금은 배터리 생산능력(CAPA) 확장과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삼성SDI의 시설투자 규모는 작년 상반기 말 기준 1조5651억 원에서 올 상반기 3조7503억 원으로 1년 만에 2조 원 이상 급증했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배터리 경쟁사들과 달리 삼성SDI는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 속도나 규모 면에서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 사뭇 다른 행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중장기적 성장성은 변함이 없다고 보고, 글로벌 현지 생산 거점을 확대해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북미에서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합작공장 2곳을 건설 중이며, 지난달 말에는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GM 합작 공장 투자 규모만 35억 달러(약 4조60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연내 헝가리 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1조7000억 원을 투입한 말레이시아 원통형 배터리 공장 건설은 2025년 완공할 예정이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내년 초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삼성SDI는 하반기 일부 초기 시설 투자를 시작해 2027년 양산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