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비맥주, 소주사업 진출…신세계 ‘제주소주’ 인수합병

입력 2024-09-11 15:00수정 2024-09-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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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주 시장, 하이트ㆍ롯데칠성 양강 체제서 3파전으로

▲'제주 푸른밤' 2종.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오비맥주가 신세계엘앤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전격 인수합병, 국내 소주 사업에 처음 진출한다. 현재 국내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양강 체제가 뚜렷한 가운데 오비맥주의 등장으로 '3파전' 구도로 변화할지 주목된다.

11일 IB(금융투자) 및 주류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의 자회사 오비맥주는 신세계그룹 계열 주류 전문기업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제주소주를 인수·합병한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생산 용지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아 국내에서 '소주 사업'의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2011년 제주도 향토기업으로 출발한 제주소주는 2014년 '올레 소주'를 출시해 판매하다, 2016년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매각됐다. 당시 매각가는 190억 원이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제주소주 인수에 특히 적극적이었다.

제주소주를 품은 이마트는 2017년 올레 소주를 '푸른밤'으로 리뉴얼해 출시했지만, 하이트진로 '참이슬',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등이 이미 장악한 국내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았다.

결국 2021년 3월 국내 소주 시장에서 철수하고 이마트 자회사인 신세계L&B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 위탁생산(ODM)과 과일소주 수출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다.

'카스'를 중심으로 국내에선 맥주 사업을 주로 해온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국내 소주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주 소매 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59.8%, 롯데칠성음료는 1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무학(좋은데이) 8%, 금복주(맛있는참) 4.1%, 대선주조(대선) 3.3%로 뒤를 잇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참이슬, 처음처럼 같은 '전국구 소주'가 지방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지역 소주들의 수익성은 악화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내세워 국내 시장에서 단기간에 점유율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마트 또한 유상증자 등 4년에 걸쳐 제주소주에 570억 원을 투입했지만,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했다. 제주소주 매출액은 2017년 12억 원에서 2020년 50억 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고, 흑자는 단 한 번도 내지 못했다. 사업을 철수하지 전까지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434억 원에 달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수 금액을 공개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라면서도 제주소주 인수 사실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 IB 업계는 이르면 12일 오비맥주와 제주소주의 인수합병 사실이 공표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비맥주 '카스' 2024 파리올림픽 에디션 (사진제공=오비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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