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21%를 기록하며 24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지방은 -0.02%를 기록했다. 대구(-0.07%) 제주(-0.05%) 충남(-0.04%) 충북(-0.03%) 등의 하락폭이 컸다.
서울 아파트 거래도 지방에 비해 활발히 이뤄졌다. 올 1~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만8247건, 거래총액은 44조9045억 원으로 2023년 대비 각각 112%, 124% 늘었다. 같은 기간 지방 거래량은 22만2982건, 거래총액은 42조5002억 원이다. 지난해의 72%와 73% 수준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는 미분양 물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7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은 5만7833가구로 전월(5만8986가구) 대비 2.0%(1153가구) 줄었으나 여전히 전체(7만1822가구)의 80%를 차지한다.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953가구로 전월(959가구)보다 소폭 감소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대다수도 지방에서 관찰된다. 7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1만4856가구)보다 1182가구(8.0%) 증가한 1만6038가구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81.9%(1만3138가구)가 지방에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업체의 자금 부담을 키우고 도산 위험성을 높이기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방에 기반을 둔 중소 건설업체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청약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조사 결과 올 1~8월 서울 1순위 청약시장에서 2464가구 모집에 34만6589개의 청약통장이 접수되며 평균 140.66대 1의 경쟁률을 썼다. 서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넘긴 것은 2021년(163.84대 1) 이후 약 3년 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6.93대 1)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수직 상승한 셈이다.
지방의 올해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6.71대 1에 머물렀다. 제주는 총 653가구 모집에 638명이 접수, 0.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미달 딱지를 떼지 못했다. 대구(1.11대 1) 부산(1.21대) 강원(1.18대 1) 광주(1.68대 1) 등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 서울과 지방 사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각종 대안을 내놨다. 이달부터 CR리츠를 통해 지방 미분양 주택을 본격적으로 매입ㆍ운영한다. CR리츠란 채무상환, 회생절차 등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매각하는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리츠다.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취득세ㆍ종합부동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상대적으로 조달 금리가 낮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모기지 보증 가입도 허용한다. 분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주택건설사업자를 위해 HUG 미분양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보증 한도를 내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주택업계에선 CR리츠와 HUG의 모기지를 활용하면 지방 미분양 증가를 일정 부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이 과도하게 위축된 지방의 경우 이러한 방안이 큰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주택시장 균형 회복을 앞당길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 사이엔 지방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는 부분은 주목할 만하나 리츠의 기본적인 목표가 사회공헌이 아닌 이윤창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우량사업장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며 “미분양이나 침체된 건설경기를 개선하는 수단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장은 “직관적이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시 취득세, 종부세, 양도소득세 면제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줘야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