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열풍에 힘입어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로 확정"
오비맥주가 신세계엘앤비(L&B)의 ‘제주소주’를 전격 인수, 소주 사업에 처음 진출한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소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제주소주를 내세워 글로벌 보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의 자회사 오비맥주는 신세계그룹 계열 주류 전문기업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제주소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생산 용지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아 소주 사업에 첫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오비맥주는 카스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제주소주를 글로벌 진출의 전략적 파트너로 결정했다. K-컬처를 넘어 K-푸드 등 식음료까지 확장되고 있는 K-열풍을 카스와 제주소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이날 본지의 단독 보도 이후 공식 자료를 배포해 “제주소주는 수출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 내 K-소주 판로를 확대해 온 브랜드”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맥주 1위 기업인 오비맥주는 '카스'와 제주소주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스와 제주소주 브랜드의 강점과 K-열풍의 성장세를 활용,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다 더 다양한 한국 주류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2011년 제주도 향토기업으로 출발한 제주소주는 2014년 '올레 소주'를 출시해 판매하다, 2016년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매각됐다. 당시 매각가는 190억 원이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제주소주 인수에 특히 적극적이었다.
제주소주를 품은 이마트는 2017년 올레 소주를 '푸른밤'으로 리뉴얼해 출시했지만, 하이트진로 '참이슬',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등이 이미 장악한 국내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았다.
결국 2021년 3월 국내 소주 시장에서 철수하고 이마트 자회사인 신세계L&B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 위탁생산(ODM)과 과일소주 수출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다.
카스를 중심으로 그동안 맥주 사업만을 해온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국내 소주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주 소매 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59.8%, 롯데칠성음료는 1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무학(좋은데이) 8%, 금복주(맛있는참) 4.1%, 대선주조(대선) 3.3%로 뒤를 잇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참이슬, 처음처럼 같은 '전국구 소주'가 지방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지역 소주들의 수익성은 악화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내세워 국내 시장에서 단기간에 점유율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마트 또한 유상증자 등 4년에 걸쳐 제주소주에 570억 원을 투입했지만,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했다. 제주소주 매출액은 2017년 12억 원에서 2020년 50억 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고, 흑자는 단 한 번도 내지 못했다. 사업을 철수하기 전까지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434억 원에 달한다.
구자범 오비맥주 수석부사장은 “이번 인수는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며 “오비맥주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맥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전념하는 동시에 이번 인수를 통해 카스의 수출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