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집값 ‘압박 수비’가 성과를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6% 올랐다. 상승 폭은 전주 대비 0.07%(p) 하락했다. 8월 최대 0.32%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진정 국면으로까지 해석된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 둔화에는 정부의 전방위 대출 규제 영향이 컸다. 2분기 이후 가파른 아파트값 상승세를 보인 서울을 시작으로 집값 오름세가 수도권 전역으로 번졌다. 이에 정부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고 정책대출은 금리까지 올리면서 주택 수요자의 돈줄을 차단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을 지역별로 뜯어보면 정말 집값 상승세가 꺾인 것인지 의문이다. 서울 아파트값을 선도하는 서초구 반포동과 성동구 등에선 대출 규제 이후에도 신고가 거래 사례가 쏟아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는 전용면적 84㎡형이 지난달 2일 60억 원에 거래됐다. 평(3.3㎡)으로 환산하면 1억8000만 원 수준이다. 또 성동구 ‘트리마제’ 전용 84㎡형은 2일 40억 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외곽지역에선 집값 내림세가 속속 포착된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값이 대출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16일 기준 도봉구와 구로구는 0.07%, 관악구는 0.06%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초구가 0.32% 오른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의 상승률에 그친다. 아예 수도권에선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경기와 인천지역으로 발길을 돌리는 실수요자 움직임도 포착된다.
가계대출 규제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욕구를 막을 순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해 8월 ‘가계대출규제의 규제영향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대출 규제의 효과는 거시경제환경 변수들의 변화로 6개월 이후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대출 규제로 6개월은 집값을 누를 수 있지만, 그 이후는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시한부 효과’의 대출 규제는 멈춰야 한다. 대출 규제로 흔들리는 것은 다주택 자산가가 아니라 주택 실수요층인 서민과 중산층이다. 주택 실수요자의 대출은 풀고, 투기성 초고가 아파트 거래를 제어할 핀셋 규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