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ㆍ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회기 만료로 폐기됐던 '인공지능(AI) 기본법'이 22대 국회에서 재차 입법 제정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여야 간 정치적 충돌로 인해 연내 제정을 확신할 수 없고 이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AI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다음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AI 기본법 공청회’를 주최한다. 공청회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의 글로벌 AI 규제 동향을 참고해 현재 발의돼 있는 AI 관련 법안을 중심으로 AI 기본법의 방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날 기준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는 여야의 AI 관련 법안이 총 10건 발의돼 있다.
여야가 발의한 10건의 안건을 보면 모두 큰 틀에서는 AI 산업 진흥에 대해 공감하나 세밀하게는 각각 투자론과 규제론으로 입장이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은 AI 산업 진흥과 기술 개발 육성에, 야당은 윤리 원칙과 신뢰성 구축, 관리 체계 확립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다. 상충하는 법안을 병합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올해도 AI 기본법의 통과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형남 교수는 “올해에도 AI 기본법 통과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며 “여야가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고, 국회에서 AI 법 제정을 시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방통위는 3일 처음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했지만 정쟁에 치우쳐 법안심사는 뒷전으로 했으며 이에 AI 기본법 합의 처리는 불발됐다. 다가오는 국정 감사 기간에도 여야 쟁정이 심화할 경우 AI 기본법 통과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AI 법안의 부재가 국가의 AI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AI 국가 역량에서 AI 개발이나 인프라 등은 우수하나, 제도ㆍ규제 등 운영 환경은 타 국가 대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언론기관인 토터스미디어의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전 세계 83개국의 AI 경쟁력 수준에서 한국은 지난해와 동일한 종합 6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나라는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싱가포르, 4위 영국, 5위 프랑스 순이다.
우리나라는 개발, 정부전략, 인프라 등에서 각각 3위, 4위, 6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에 등극했다. 그러나 법률로 통과된 AI 법안 수 등을 측정하는 운영 환경 부문은 35위로 지난해보다 24계단 하락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AI 관련 규제 등 제도 정비가 미흡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초로 포괄적인 AI 법을 제정한 유럽연합(EU)보다 우리나라가 먼저 AI 기본법을 입법했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해 결국 AI 규제 불확실성을 키웠고 이는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속한 AI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큰 틀에서 AI 기본법을 우선 만들고, 이후 필요한 부분은 개별법으로 정리를 하는 게 좋아 보인다”며 “AI 산업을 진흥할 수 있는 기본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