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오가는 통로 역할도
분리막 손상 땐 열폭주 가능성↑
지난달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와 관련해 차량 하부에 부착된 배터리팩이 외부 충격으로 손상된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나왔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4가지의 구성요소로 이뤄진다.
이중 분리막은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을 차단하는 ‘안전장치’다. 만약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게 되면 단락(쇼트)으로 인해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다. 열폭주는 배터리 온도가 순식간에 1000도 이상 치솟는 현상을 말한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하면서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갈 수 있는 ‘통로’ 역할도 해야 한다. 따라서 열 안정성이 높고 절연성이 뛰어난 소재로 이뤄지며, 동시에 리튬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보다 작은 미세한 기공도 갖추고 있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내부 온도가 일정 수준(100~14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체적으로 기공을 막아 리튬이온의 이동을 차단해 내부 단락을 방지한다.
분리막 소재로는 주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이 사용되는데, 제조 공정에 따라 건식 분리막과 습식 분리막으로 나뉜다.
건식 분리막은 PE, PP 필름을 한 방향으로 잡아당기고 늘려 기공을 만드는 방식이다. 공정이 간단해 경제성이 좋고 친환경적이지만, 균일한 크기의 기공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밀도가 낮은 배터리에 사용된다.
습식 분리막은 고온에서 PE, PP 필름에 파라핀 오일을 섞은 뒤 고온·고압으로 압출해 납작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기공이 균일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정이 복잡하고 단가도 높다. 다만 높은 에너지 밀도를 확보할 수 있어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휴대폰, 노트북 배터리에도 쓰인다.
분리막을 얇게 만들수록 양극재를 더 많이 넣을 수 있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즉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인 ‘주행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되는 셈이다. 분리막 업체들은 얇으면서도 강도 높은 분리막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수요가 2020년 45억㎡에서 2030년 379억㎡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약 29조 원에 달하는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