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기반한 퀄컴과 x86 사용한 인텔…태생적으로 달라
‘반도체지원법’도 인수합병 막는 복병
한때 ‘반도체 제왕’으로 불렸던 인텔이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쟁사인 퀄컴이 최근 인텔에 인수를 타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가능성과 시나리오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시너지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인수 과정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3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퀄컴의 인텔 인수 타진 소문이 완전 사실무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주로 만드는 퀄컴이 과거부터 PC와 전장 등으로 확장을 꿈꿔왔기 때문이다. 마침 인텔 위기론도 불거지며 퀄컴의 인수 타진설이 설득력 있게 퍼진 것으로 보인다.
퀄컴의 인수 추진 소문과 관련해 그 대상이 인텔 전체인지, 인텔의 특정 사업부에 대한 것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퀄컴이 인텔 사업부 가운데 PC부문에서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부문을 인수하며 사업 확대를 노릴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인텔은 많은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에 특화된 회사다. 자사 팹(공장)을 이용해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기도 하다. PC와 데스크톱, 서버 등 전통적인 컴퓨터 하드웨어에 최적화됐다. 반면, 퀄컴은 모바일 기기와 같은 프로세서 설계에 뛰어나다. 팹리스 회사인 퀄컴은 칩 제조를 TSMC와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맡긴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퀄컴은 AP에 전문성을 갖춘 빅테크 팹리스 회사이며 인텔은 CPU 프로세서와 IP를 갖춘 회사”라며 “인텔은 특히 인터커넥션 기술과 전통적인 IP에서 전문성을 보이고 있는데, 퀄컴이 미래 전략 부분에서 시너지를 낼 좋은 부분을 발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시너지 효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가 제조하는 프로세서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부분에서 한계도 존재한다.
경희권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퀄컴은 ARM 아키텍처에 기반해 설계한 칩 스냅드래곤을 만들고, 인텔은 x86 아키텍처를 사용해 PC와 노트북, 서버 등 CPU를 만들어 두 회사의 기술적인 소프트웨어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구조상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퀄컴과 인텔의 시너지와 별개로 애초에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반도체지원법’이다. 이 법에 따라 인텔은 정부로부터 85억 달러(약 11조3492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받게 됐다.
만약 인텔이 팹리스 사업부의 일부를 매각하면 이 법의 운용 요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최종적으로 퀄컴의 인수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경 연구위원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운용 요건이 있는데 (사업부 매각으로 인해 지원금을) 운용을 하지 않으면 다시 반환해야 할 수 있고, 그 규모가 상당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텔이 분사하기로 결정한 파운드리(칩 위탁생산) 사업부는 인수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 적자의 주범인 파운드리 사업부를 퀄컴에서 가져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