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대비 인공지능(AI) 거버넌스 확립에서 뒤처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의 진흥을 위하는 AI 기본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AI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되, 지나치게 과장된 위험을 염려해 발전을 저해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AI 기본법 관련 법률안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배경훈 LG AI 연구원장, 유승익 한동대 연구교수, 최경진 가천대 교수와 여·야 과방위원들이 참석했다.
AI 기본법은 인공지능(AI)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하고 AI 사회의 신뢰 기반 조성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법안이다. 20~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된 AI기본법이 22대 국회에서는 입법에 성공할 수 있을지 정치권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날 기준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는 여야의 AI 관련 법안이 총 10건 발의돼 있다. 여야는 AI 산업 진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규제의 폭에서는 차이가 있다. 여당은 AI 산업 진흥과 기술 개발 육성에, 야당은 윤리 원칙과 신뢰성 구축, 관리 체계 확립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진흥 위주의 기본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AI 기본법은) 규제 관련 내용은 최소화하고, 적정 규제와 AI 신뢰성 보장을 위한 자율 규제 위주로 설계돼야 한다”며 “규제는 과장된 위험에 대한 규제 신설이 아니라, 실질적 위험에 대한 규제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은 기업의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AI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진흥 위주의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경훈 연구원장은 “인공지능 산업이 발전하면 한국은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고, 사회 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중국에 비해 대한민국의 인공지능 기술은 격차가 큰 상황이다. 모든 산업 분야에 활용 가능한 우리만의 차별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 기업이 인공지능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자발적인 노력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진흥에만 초점을 맞춘 법안은 오히려 진흥을 저해할 수 있어 적절한 규제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승익 한동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AI) 입법의 차원에서 봤을 때 진흥과 규제가 이원론적으로 돼 있는 게 아니라, 규제가 잠재돼있지 않은 진흥은 진흥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인공지능의 현실적 위험성은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는 등 객관적으로 위험이 명백한 상황에서 제도적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로 입법이 된다면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졸속 입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진흥 위주로 입법화하고, 추후 문제는 나중에 다루는 식의 개문발차 입법은 글로벌 상호 운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