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천국제공항 여객 실적이 상반기 기준 3400만 명을 웃도는 등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했지만, 국내 면세점업계의 실적은 고전하고 있다. 특히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렸던 시내면세점 실적이 고물가·고환율 등에 따른 국내외 소비 불황으로 하락하면서 업계 역시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2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6월 인천국제공항 여객 실적은 약 3400만 명으로 1년 전(2440만 명)과 비교해 40%가량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상반기(3525만 명)와 비교하면 97%가량 회복한 수치다. 올 상반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자 수 역시 770만 명으로 2019년 대비 91.2%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면세점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면세점 시장 누적 매출액은 8조4035억 원 수준이다. 올 연말까지 5개월가량 남았지만,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연간 매출액(24조8586억 원)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9년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국내 면세점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2020년 15조 원대로 급감했다.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문이 열린 지난해에도 국내 면세점 연간 매출액은 13조8000억 원으로, 되레 뒷걸음질 했다. 코로나19 직전 160을 웃돌던 면세점 소매판매액지수(2020년=100)도 2023년 기준 88.7까지 하락했다.
문제는 외국인 소비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7월 외국인 대상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전월(9475억 원) 대비 21.2% 줄어, 7466억 원이었다. 6월과 7월 외국인 면세점 이용객 규모가 79~81만 명대로 하락 폭이 크지 않았던 반면 감소세가 눈에 띈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시내면세점도 2023년 7월에 비해 올해 7월 방문객 수가 2배(19만8000명→31만7000명)가량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되려 5%(23년 7월 6860억→24년 7월 6491억 원) 줄었다. 면세점 소비가 줄면서 평균 1인당 구매액도 내림세다. 1인당 구매액은 올 상반기 기준 53만5000원으로 작년보다 22% 줄었다. 2021년 266만4000원으로 정점을 찍은 1인당 면세 구매액은 2022년 195만 원, 지난해 68만6000원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
외국인들이 외면하는 K-면세점 실적은 암울하다. 롯데면세점은 올 상반기 46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전환 했다. 신라면세점(70억 원)과 신세계면세점(158억 원)의 상반기 영업이익도 각각 전년보다 83.8%, 75.5% 줄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작년 상반기(-165억 원)에 이어 올 상반기 90억 원의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한때 글로벌 면세점 시장 점유율 1위(2019년 기준 25.6%)였던 한국은 현재 중국·스위스에 자리를 내눈 상태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방한 외국인이 급증했지만, 고환율과 소비 부진 등 여파로 면세점을 찾지 않는다”며 “면세점 대신 헬스앤뷰티숍 등에서 쇼핑하는 경우가 많아 업황이 암울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