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육아휴직·배우자 출산휴가를 늘리는 ‘모성보호 3법’과 중위소득 150% 이하 한부모 가정에 양육비를 선지급하는 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임금체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재적 300명, 재석 207명, 찬성 207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명백한 고의로 임금체불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 사업주에 대해 임금체불 경위와 기간, 횟수, 규모 등을 검토해 ‘체불임금의 3배 이내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 신용 제재, 정부 보조 지원사업 참여 배제 등 제재 조치를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육아휴직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배우자 출산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늘리는 내용의 모성보호 3법(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가능 대상 자녀의 연령은 8세에서 12세로 상향됐고, 난임치료 휴가 기간은 3일에서 6일로 늘었다.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고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날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개정안은 불법 공매도를 하면 부당이득에 비례해 징역을 가중하고 불법 이익 은닉 방지를 위해 상당한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엔 의심되는 계좌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서 지급 정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했다.
은닉 가상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가상자산거래소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예보가 자료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기관에 ‘가상자산사업자’를 추가하는 게 핵심이다. 부실 채무자의 은닉 재산 중 가상자산도 추적할 수 있도록 허용해 채권 회수율을 높이자는 게 법안의 취지다. 지금까지 예보는 공공기관과 은행, 보험, 증권사 등에 대한 자료제공요구권만 보유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딥페이크 방지법(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 △양육비 선지급제(양육비이행법 개정안) △판사임용 완화법(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아울러 여야는 이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6개 법안에 대한 재표결을 진행했다.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최종 부결됐다. 재의결을 위해선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여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모두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앞서 7~8월 민주당이 이 같은 법안들을 밀어붙일 때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대응해 왔다. 특히 방송4법의 경우 5박6일 동안의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들 법안은 모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로 돌아왔다.
‘야당의 법안 발의 및 강행처리→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재표결’로 이어지는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되면서 여야 관계는 또 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이날 재표결 과정에서 부결된 법안들에 대해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안 내용에 일부 변화는 있겠지만 다시 재발의하는 수순이 있을 것”이라며 “거부권으로 법안이 돌아오고 폐기되는 일이 반복되는 걸 바람직하게 생각하진 않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한다고 해서 입법권을 포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