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병, 치매·조산·폐렴 등 전신 건강 위협…‘표준잇몸양치법’ 하루 3회 양치해야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 국내에서는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한다. 심부전,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체중, 과도한 음주와 함께 ‘미흡한 구강관리’가 꼽힌다. 구강 건강만 잘 관리해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잇몸병은 심혈관질환 발병률을 높이는 요소다. 잇몸병은 치아 주위의 잇몸이나 잇몸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치태와 치석이 주요 원인이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치아 표면에 세균이 달라붙어 치태가 형성되는데, 이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치석으로 발전한다. 치태와 치석이 제거되지 않으면 세균 수가 증가하고, 세균이 독소를 배출해 잇몸에 염증이 발생한다.
연구소는 잇몸병과 심혈관질환 간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평균 연령 62세인 1587명을 대상으로 6.2년간 추적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잇몸병이 있는 사람은 건강한 잇몸을 가진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병 및 사망 확률이 49% 높았으며, 잇몸병의 증상이 심각할수록 심혈관질환 확률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잇몸병을 방치하면 구강 내 염증성 인자와 세균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진다. 세균은 혈관에 손상을 일으키고, 손상된 혈관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가 원활하지 않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이와 유사한 기전으로 잇몸병은 다양한 전신질환을 유발한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약 6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26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잇몸병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2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잇몸병은 임신부의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 폐렴,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의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올바른 양치 습관은 치아 건강뿐 아니라 전신질환 예방에도 중요하다. 치과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스케일링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평소 올바른 양치 습관으로 치태가 치석으로 발전하기 전 제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대한구강보건협회는 치간과 잇몸선을 효과적으로 닦는 양치법으로 ‘표준잇몸양치법(변형 바스법)’을 권장하고 있다.
잇몸병을 유발하는 치태는 주로 치아의 사이 ‘치간’이나, 치아와 잇몸의 경계부인 ‘잇몸선’에 남아 있기 쉽다. 이 때문에 치간과 잇몸선을 중심으로 양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강한 힘으로 양치하면 오히려 잇몸을 훼손할 수 있다. 칫솔을 연필 쥐듯이 가볍게 잡고, 칫솔모 끝을 잇몸선에 45도 각도로 밀착시킨 후 5~10회 부드럽게 진동시키며, 손목을 사용해 잇몸에서 치아 방향으로 회전시켜 쓸어내듯 양치해야 한다.
음식물 섭취 후 1분 이내 양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치는 최소 2분 이상 해야 효과적이다. 세 끼를 모두 챙겨 먹는 사람을 기준으로 아침, 점심, 저녁을 포함해 하루 3번 이상 양치하는 것이 기본이다.
박용덕 대한구강보건협회 회장은 “지난해 잇몸병으로 치료를 받은 국민이 약 188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잇몸병이 단순한 구강 문제를 넘어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구강 건강을 위한 올바른 양치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