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내달 4일 종료…최윤범 회장 대응 주목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쩐의 전쟁’ 2라운드로 돌입할 전망이다. 영풍과 함께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매수 가격을 인상하면서 고려아연 역시 본격적으로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내달 4일 종료된다. 공개매수 기간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인 66만 원을 웃돌면서 MBK 측은 26일 공개매수 가격을 75만 원으로 상향했다.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도 2만 원에서 2만5000원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MBK의 공개매수 대금은 최대 2조2721억 원까지 늘어난다. MBK는 공개매수 가격 상향과 함께 영풍으로부터 3000억 원도 차입했다.
이에 맞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영풍은 공개매수 가격 추가 상향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추가 상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를 강행한다면 30일이 유력하다. 공개매수 종료일인 4일까지는 3거래일밖에 남지 않아 그 전에 행동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확보할 지분은 약 6% 수준으로 파악된다. 영풍·MBK의 지분은 33.1%, 최 회장과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을 포함하면 34.3%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은 일단 실탄 확보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최근 40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고려아연이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건 23년 만이다. 회사 측은 CP 발생 목적을 ‘운영 자금 마련’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핵심은 최 회장 측이 얼마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글로벌 사모펀드와 협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MBK가 책정한 금액보다 더 크게 제시해야 하는 만큼 2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를 전후해 일본 도쿄를 찾아 세계 최대 광산 기업인 BHP 일본법인 소속 고위 관계자와 회동하고, 글로벌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 측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만났다.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유력하게 거론되는 백기사 후보다. KKR과 협력하면 자금력뿐만 아니라, 중국이 아닌 우방국과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지킨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고려아연은 MBK가 중국 자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경영권을 가져간다면 중국에 매각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 안보 싱크탱크인 SAFE(Securing America‘s Future Energy) 역시 이번 사태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SAFE는 “MBK와 중국과의 강력한 유대 관계는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안”이라며 “중국 제련소들이 직면한 공급 재고 부족으로 인해 중국의 정제아연 수입이 증가한 시기와 맞물린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려아연은 24일 정부에 당사가 보유한 이차전지 소재인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정을 신청했다.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판정될 경우 경제안보상 이유로 정부가 외국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된다.
다만 영풍 측은 최 회장이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영풍·MBK는 경영권을 가지게 되는 주식을 파는 것인데, 고려아연은 비싼 가격에 사서 더 비싼 가격에 사줄 다른 사람이 있을지 그게 고려아연의 난관”이라며 “(대항 공개 매수를 하려고 해도) 구조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