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신 “동맹국 협력 강화해야”
미국이 자국 해군력 증강을 위해 조선 산업을 보유한 동맹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뛰어난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갖춘 K-조선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미국의 조선업이 중국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미국보다 더 큰 함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신 함정 규모에서도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생산 능력에서도 중국 조선소들은 정부의 공적 자금 지원을 받아 연간 최대 2300척을 생산할 수 있지만, 미국은 연간 최대 10척 정도만 건조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은 약 1700척을 수주한 데 반해 미국은 5척에 그쳤다.
높은 인건비와 건조 역량 부족으로 중국과의 조선업 격차가 커지자, 미국 내에서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4월 발간한 ‘미국 해양 경쟁력 복원 방안’ 보고서는 동맹국과의 관계 확대를 권고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자 미 해군 퇴역 장교인 브라이언 클라크는 중국이 해양 지배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공급망을 교란할 수 있다며 동맹국의 협력을 통해 미국 조선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은 HD현대중공업이 효율적 인력 운영, 선진적인 생산체계, 스마트 조선소 기술 등을 통해 공정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조명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는 동시에 20여 척의 선박 건조가 가능한데, 이는 미국의 작년 전체 선박 건조량인 4~5척보다 4배 높은 수치다. 훨씬 많은 수의 선박을 동시 건조할 수 있어 건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을 미국에서 건조할 경우 가격은 2배 이상 뛰고, 건조 기간은 3분의 1 이상 더 길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한국 조선사들의 협력은 이미 진행 중이다. 올해 초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 장관과 필립 S.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연이어 한국 조선소를 방문해 생산 시설을 점검했다. 델 토로 장관은 최신 함정을 확인하며 별도의 협력을 요청했고, 이는 한미 간 조선산업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협력 업무협약(MOU)으로 이어졌다.
WSJ은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가 2030년까지 군함 신조 및 유지ㆍ보수ㆍ정비(MRO) 부문의 매출을 3배가량 확대할 계획임을 언급하며,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조명했다.
다만 현재 미국 법령은 미국 선박은 반드시 국내에서 건조돼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해외에서 미국 군함을 건조하려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대통령의 특별 승인을 받거나 해당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로써는 MRO, 교육훈련, 기술적 지원 등 분야에서만 해외 조선소와 협력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7월 국내 최초로 미국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을 체결해 미국 함정에 대한 MRO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ㆍ팔란티어 등 미국의 주요 방산기업들과 협력해 함정 수출 확대를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