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ㆍ배 외래품종 시장 잠식
우리 기술로 육성한 국산 품종 과일들이 외래 품종보다 우수한 맛과 품질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외래 품종들이 여전히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국내 품종의 대중화 실현이라는 커다란 과제가 남아 있다.
1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0년 개발된 국내 육성 사과 품종인 ‘아리수’는 국내 사과 시장을 변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맛 좋고 껍질에 색이 잘 드는 아리수는 탄저병에 약한 ‘홍로(1988년 개발 국산 1호)’를 대체하고 있다. 보급 10년 만에 아리수 재배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3배 정도인 900헥타르(ha)까지 확대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리수 뒤에 등장한 국내 육성 품종인 ‘이지플’은 열매 달림(착과) 관리가 쉽고, ‘아리원’은 단맛과 신맛이 조화로우며, ‘감로’는 아삭한 식감에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다
이를 포함해 현재까지 농진청에서 개발한 생식용 사과 품종은 모두 30개 품종이다.
국내 육성 배 품종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1954년 교배를 시작해 1969년 국내 최초 과수 품종 ‘단배’가 육성된 이후 현재 생식용 품종 40종이 개발됐다.
이중 우리 배인 ‘신화’는 일본 품종인 ‘신고’보다 당도가 1.5브릭스 높고 익는 시기가 약 2주 이상 빠르며 병에 잘 견디는 것이 장점이다. 또 다른 우리 배인 ‘설원’은 간식용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껍질 색과 모양이 독특한 설원은 무게 560g, 당도 14.0브릭스에 저장성이 우수하다.
이처럼 우수한 맛과 품질을 지닌 국산 품종 다양화는 식량 안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만 국내 품종의 대중화는 더딘 상황이다.
국내 유통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사과의 경우 ‘후지(일본산)’가 62%, 배는 ‘신고(일본산)’가 85% 정도를 차지하는 등 외래 품종 점유율이 높다.
국산 품종의 대중화가 더딘 것은 외래 품종을 장기간 재배해온 농업인들이 기존 재배법 등에 익숙해 있다는 데 있다. 새로운 품종에 대한 재배 실패 위험이 있고, 재배 적응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 등을 우려해 선뜻 국산 품종으로 바꿔 재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농업인은 "과일 유통은 가락시장 경매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대개 소량식 경매시장으로 진출하는 국산 품종의 경우 가격 형성이 잘 안돼 생산자들 입장에서는 국산 품종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나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생산량과 유통량이 많지 않은 국산 품종 사과의 경우 외래 품종보다 약 10~15%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대중들로서는 국산 품종보다 저렴한 외래 품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농진청도 이에 대한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농식품부, 생산자와 협의해 국산 품종을 별도로 유통할 수 있는 유통망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사과의 경우 대구경북능금조합이 유통체계의 중심이 되고, 배 역시 유사한 체계로 유통망을 별도로 구축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농가의 국산 품종 보급 확산을 위해 품질 우수성 등을 알리는 대대적인 홍보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