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4일 재표결에서 모두 부결돼 폐기됐다.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는 300명 의원 전원이 참석해 세 법안을 재표결했다. 재표결에 부쳐지는 법안의 경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이번엔 300명 의원 전원 참석했기에 200명의 찬성이 필요했다. 무소속을 포함한 야권 의원 192명이 모두 찬성한다 해도 국민의힘에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은 찬성 194명, 반대 104명, 무효 1명, 기권 1명으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이번이 두 번째 폐기다. 국민의힘이 본회의에 앞선 의원총회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이탈표가 4명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검법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품가방 수수 의혹, 김 여사의 인사 개입·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채상병 특검법’도 찬성 194명, 반대 104명, 무효 2명으로 부결됐다. 이 역시 국민의힘에서 4명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 발의됐던 이번 특검법은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야 5당이 발의했다. 여기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공언했던 대법원장 ‘제3자 추천’의 방식을 수용해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4명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1명씩 골라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했다. 다만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검 후보에 대해 야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 여당의 반발을 샀다.
‘지역화폐법’의 경우 찬성 187명, 반대 111명, 무효 2명으로 부결됐다. 지역화폐법은 지역사랑상품권 운영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의무화했다.
이날 재표결에서 세 법안이 부결되면서 야권의 쟁점 법안 단독 처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국회 재표결을 통한 폐기라는 공식이 다시 반복됐다. 이들 법안은 지난달 1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로 되돌아왔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본회의 직후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윤석열 정부 훼방을 위해 도대체 언제까지 생산성 없는 정쟁만 ‘무한 반복’할 생각이냐”며 “민주당은 부디 도돌이표 정쟁을 멈추고, 민생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 대안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은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거부하면 공범이다, 국민의힘은 공범이다”, “용산의 거수기, 국민의힘은 반성하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김건희를 특검하라”고 외쳤다. 민주당은 다음 주 시작하는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추가 검증한 뒤 11월에 특검법을 재발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