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투자, 유동자산 악화로 이어져
한샘·무인양품과 시너지 묘연
올 상반기 유동자산 전년 대비 5% 감소
롯데쇼핑이 투자한 중고나라, 한샘, 무인양품과의 시너지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한샘, 무인양품은 출점 외에 차별화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중고나라에 대한 콜옵션(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행사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실적도 침체한 상태에서 투자성적까지 ‘낙제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최근 중고나라 콜옵션 행사 기한을 내년으로 연장했다. 롯데쇼핑은 2021년 유진자산운용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 NH투자증권 PE와 함께 1100억 원에 중고나라 지분 93.9%를 인수했다. 롯데쇼핑이 투자한 금액은 300억 원으로 당시 3년 내 다른 투자자들의 지분 69.88%를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받았다. 롯데쇼핑의 콜옵션 만기는 올 7월이었으나 이를 1년 연장했다.
업계는 중고나라의 수익성 탓에 롯데쇼핑이 콜옵션을 연기했을 것으로 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고나라의 작년 매출은 1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9% 신장했으나 3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고나라는 2021년 이후부터 3년 연속 적자 상태다.
특히 중고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음에도 롯데쇼핑과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중고시장 규모는 20조 원에 달하지만, 롯데는 세븐일레븐과의 중고나라 협업 외에는 이렇다 할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한샘, 무인양품과의 시너지도 미미하다. 롯데쇼핑은 2021년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을 잡고 한샘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롯데쇼핑은 전략적 투자자(SI)로서 2595억 원을 출자했고 작년 429억 원을 추가로 투자, 한샘 지분율을 15.19%까지 늘렸다. 롯데쇼핑이 한샘에 처음 투자할 당시 한샘 주가의 2배에 달하는 인수가격을 써냈다. 사업성을 높게 본 것이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올 7월 롯데하이마트 한샘광교점 오픈 외에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한샘의 실적은 계속 내리막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샘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9636억 원 매출을 기록, 경쟁사 현대리바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무인양품도 실적이 저조하다. 롯데쇼핑은 2022년 11월 롯데상사가 보유한 무인양품 지분 40%를 3억5000만 원에 사들였다. 애초 취지는 유통판매 채널에 리빙 카테고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무인양품의 최근 회계연도(2022년 9월 1일~2023년 8월 31일) 기준 매출은 직전 회계연도 대비 20.9% 증가한 1240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1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차입금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 탓에 11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롯데쇼핑의 일련의 공격적 투자는 ‘유동자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롯데쇼핑의 유동자산은 5조5093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1% 감소했다. 2021년 7조 원에 달했던 유동자산은 2022년 6조1795억 원으로 급감했다. 유동자산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유동자산 규모가 줄어들수록 단기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특히 롯데쇼핑의 현금성 자산은 올 상반기 기준 1조208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24.4% 급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중고나라, 한샘, 무인양품 등 투자에 참여한 이후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인수 주체와 함께 다양한 정기 회의체를 통해 각 사의 주요 현황과 이슈사항을 논의하고 있고 롯데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과를 선정, 해당 계열사와의 시너지 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