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이 무형유산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구입한 전통공예품 10점 중 6점은 창고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가유산청이 보유하고 있는 3,805점의 전승공예품 중 2,308점(60.7%)은 ‘대여 수요 부족’ 등의 이유로 창고(전승공예품은행)에 보관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전승공예품은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전통공예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유산청이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가 제작한 작품을 구입한 뒤 각 기관에 대여해주는 방식이다. 정부기관, 기업, 해외 대사관 등 현재 60여 곳이 유산청으로부터 작품을 대여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 보유 작품 중 약 13.4%에 해당하는 511점은 국가유산청이 구입한 뒤 아직 단 한 차례도 대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치된 공예품 중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작품도 있었다. 신 의원실에 따르면 유산청이 지난해 구입한 편경(8,000만원·전통 악기)은 마땅한 수요처가 없어 현재 창고에 보관 중이다.
대여 작품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20년 730점이었던 ‘신규 대여 작품 수’는 2021년 545점, 2022년 619점, 2023년 548점까지 줄었다.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다 최근 4년 사이 75% 수준까지 감소한 것이다. 올해(9월 기준)의 경우도 509점에 불과했다.
반면 예산은 꾸준히 늘었다. 2020년엔 7억6900만원이었던 예산 편성액은 2021년 10억4100만원으로 급격히 증가했고, 2024년 11억1800만원까지 늘어났다. 매년 약 10억원 규모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예산은 주로 보관소 운영물품 구입, 대여 지원, 공예품 사진 촬영, 평가위원회 개최 등에 사용되고 있었다. 유산청은 매년 130점 이상의 작품을 새롭게 구매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본지에 “(대여를 원하는) 수요처가 많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라면서 “개인 혹은 검증되지 않은 곳에는 대여가 불가능하고, 어느 정도 작품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곳에 대여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에 대여를 했다가 연장을 하는 사례도 꽤 많다”며 그런 부분도 감안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신 의원은 “장인이 만든 전승공예품을 구입한 뒤 먼지가 쌓이도록 창고에 보관만 한다면 결국 모두의 손해”라면서 “우수한 문화유산을 보다 잘 계승하고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민간 기업과의 협력 강화, 홍보 활성화 등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