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는 피벗에 나서면서 고강도 금리 인상기에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이자를 감당해오던 기업들의 부담도 한결 덜게 됐다. 한은의 긴축 통화정책은 2021년 8월 첫 시행된 이후 3년 2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p 내렸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통상 이와 연동해 시장금리도 하락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인 회사채 금리, 기업어음(CP) 금리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전일 기준 회사채 선순위 무보증 'AA-' 등급 3년물 금리는 연 3.542%, 'BBB-' 등급은 연 9.402%를 기록 중이다. 강도높은 금리 인상이 진행되면서 강원도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한전채 구축까지 겹쳤던 2022년에는 각각 5%대, 11%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점과 비교하면 떨어졌지만, 코로나19 이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수년간 시장금리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더 높은 이자비용을 부담해왔다. 회사채 발행수익률은 2021년 상반기 1.69%에서 2022년 하반기 5.07%로 급격히 상승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발행금리가 만기 금리를 크게 웃돌면서 회사채 발행에 따른 기업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 부채는 2023년 2734조 원으로 5년 전보다 1036조 원이 증가했다. 이는 명목성장률 3.4%를 웃도는 연평균 9.3%의 가파른 증가세다. 이에 따라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기업부채 비율도 2017년 말 92.5%에서 2023년 말 122.3%로 불어났다. 기업들의 신규 자금 차입 이외에도 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대응해 기업들의 자금조달 구조도 변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신용도를 보증해야만 돈을 빌릴 수 있는 회사채 대신 CP나 전단채와 같은 단기자금 또는 금융기관 차입 등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2022년 상장기업 중에 회사채 조달 실적이 있는 기업의 비중은 18.5%로 2021년 25.4%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기업들의 조달비율은 상승했고, 우량 또는 비우량 신용도, 산업 업종, 유가 또는 코스닥 소속 시장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코스피 시장에서 회사채 조달 실적이 있는 기업 비중은 2021년 36.4%에서 2022년에는 31.2%로 5%포인트 넘게 줄어들었고, 코스닥시장의 경우에도 19.5%에서 18.5%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고금리 시기 악화했던 기업들의 재무안정도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조달 비용 감소→투자 확대→실적 개선→신용등급 상승’이라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부동산 부문으로 집중될 경우 부동산 부문의 레버리징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