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건우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 선임MD...상품 개발부터 1000원 콘셉트
고급 제품 열광, 또다른 트렌드
업계 최초 생드래프트비어로 수요 공략
맥주 한 잔 값도 부담스러워진 시대. 한때 1만원에 4캔, 6캔까지 보이며 ‘맥주 맛집’을 자부한 편의점업계가 이번엔 초저가 ‘가성비 맥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븐일레븐이 한 캔당 1000원에 덴마크와 스페인산 맥주(발포주)를 선보인 것. 초저가 수입맥주 출시 소식에 고객들이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면서 1차 출시 당시 닷새 만에 준비물량(각 20만 캔)이 완판되는 흥행을 거뒀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천원맥주 ‘버지미스터500㎖’와 ‘프라가 프레시500㎖’ 개발을 주도한 남건우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 선임MD(책임)는 16일 서울 강동구 본사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저렴한 가격에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가성비맥주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고 처음엔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찾아봤으나 단가가 맞지 않아 실패하고 수입맥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상품 개발 초부터 ‘천원맥주’로 콘셉트를 정했다. 제품명을 금액으로 정한 것에 대해 남건우 선임MD는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맥주나 발포주는 가장 낮은 가격이 1500원대”라며 “그래서 가성비로 의미있는 가격이 ‘1000원’이라고 생각했다. 또 저렴한 가격에 맛까지 있어야 했으니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입맥주가 낙점된 이유는 스페인 등 유럽 현지 인건비가 저렴한 데다 맥주 주 원료인 홉 생산지여서 추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세금과 물류비를 감안하더라도 국산맥주 대비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산맥주의 경우 인건비가 큰 부담인 데다 홉을 수입해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 특히 가성비 맥주는 일반 점주가 있는 편의점의 마진 구조과도 맞지 않다.
세븐일레븐은 ‘천원맥주’에 대한 호응에 힘입어 부랴부랴 2차 물량 준비에 나섰고 맥주 성수기로 불리는 8월 중순부터 재판매를 개시했다. 남건우 MD는 “2차 출시에서는 준비수량을 60만 캔으로 늘려 판매를 시작했다”면서 “이번에도 역시 반응이 좋아 도매 발주와 생산이 막혀 있다 최근 다시 생산을 개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내 편의점 간 가격·트렌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그는 주요 소비 트렌드로 ‘양극화’를 꼽았다. 남 MD는 “저렴한 가격의 ‘천원맥주’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있는가 하면 또다른 고객들은 그간 볼 수 없었던 고급제품에 열광한다”면서 “이러한 수요를 잡기 위해 기존 라거보다 더 깊고 진한 맥아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생드래프트비어(캔 생맥주)를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이 수제 맥주 브루어리 ‘와이브루어리’와 손을 잡고 출시한 생드래프트비어는 현재 2000개 매장에서만 판매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생맥주의 신선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생산부터 유통 까지 전 과정에 걸친 콜드체인(cold-chain)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했다. 제품 유통기한은 1개월이다. 유통기한이 짧은 고품질 차별화상품을 편의점에서 선보이는 것은 상당한 모험에 속한다.
남 MD는 현장 반응에 대해 “출시 초기이긴 하나 전국에서 판매 중인 컬래버 수제맥주보다 매출이 더 높다”고 귀띔했다. 그는 향후 목표에 대해서도 “생드래프트비어 제품을 통해 내년 편의점 맥주 판도를 바꿀 것”이라며 “현재는 생산량이 공급물량을 못 따라가는 만큼 제조공장을 추가로 늘려 다음달부터 전국에서 맛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