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책대출을 전방위로 조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디딤돌 대출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서 아예 대출 취급을 제한해달라는 요청을 시중은행에 전달했다. 이에 부동산 시장에선 무주택 실수요자나 서민층이 대출 축소 직격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일괄적인 정책대출 축소가 아닌, 연체율 관리 등 대안 실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17일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주택도시기금 대출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에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했다. 이번 조치로 주택 매매를 위한 디딤돌 대출 규모는 소폭 줄어들고, 신축 아파트 입주에 앞서 잔금을 치를 때 이용하는 후취담보 대출도 한시 중단돼 입주 예정자들은 디딤돌 대출을 이용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부의 디딤돌 대출 축소 의도는 가계대출 총량 억제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값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계속되자 정책대출량을 줄여 집값을 잡겠다는 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9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9월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6조2000억 원 늘었다. 이는 8월(8조2000억 원) 대비 2조 원가량 줄어든 규모다. 하지만 정책대출인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3조8000억 원 늘어나 8월(3조9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의 대출이 계속됐다.
다만 이번 디딤돌 대출 축소와 제한 정책은 집값 제어와는 관련 없는 ‘헛다리 짚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집값 상승의 축인 서울 아파트값과 디딤돌 대출량은 사실상 무관하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9월 기준 12억4378만 원(KB부동산 기준)으로 강북지역도 9억4500만 원 수준이다. 디딤돌 대출 기준이 최대 가액 5억 원 주택으로 한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서울 외곽지역 소형 평수를 제외하곤 디딤돌 대출을 받아서 매수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는 없는 셈이다.
여기에 후취담보 대출 취급 제한도 집값 상승세를 제어하는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해당 대출은 준공 전 신축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디딤돌 대출로 보통 아파트 잔금을 치를 때 주로 사용한다.
당장 후취담보 대출을 이용해 잔금을 치를 계획이던 입주 예정자들은 대출 취급 제한 소식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 입주 예정자는 “유예기간도 없이 수년 전에 분양받고 입주 날만 기다렸는데 (후취담보 대출 제한은) 날벼락”이라며 “주제넘게 집을 매수하려 한 내가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 집값 상승의 근원지는 한강변 고가 아파트인데 이를 디딤돌 대출을 받아 사들이는 경우는 없다”며 “정부가 너무 가계부채 축소에 집중해 관치로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단순히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계부채 총량이 아닌 연체율 확대 등을 막는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디딤돌 대출 제한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우려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지방 아파트값은 10월 둘째 주 기준으로 전주 대비 하락 폭이 커진 –0.03%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30주 연속 상승한 것과 정반대다. 또 주택산업연구원이 집계한 지난달 아파트 입주율은 수도권은 82.5% 수준이지만 지방은 5대 광역시 기준으로도 66.6%로 저조한 상황이다. 디딤돌 대출 규모가 줄거나, 입주를 앞둔 주택에 대출을 제한하면 지방의 주택 시장은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디딤돌 대출 축소는 주택 실수요자와 특히 무주택자에게 피해가 직접 간다”며 “이러면 디딤돌 대출 적용 대상 주택이 많은 지방 부동산에 자금 흐름이 끊겨 지방 부동산이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정부는 단순히 정책대출만 줄여선 안 된다”며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지방 아파트 미분양 대책이나 양도소득세 면제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