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진료' 의심되면 보험사가 병원에 소송도 가능[편해지는 실손청구]

입력 2024-10-22 05:00수정 2024-10-2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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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과다 청구 땐 현장조사
과잉진료 억제 기대
보험사도 업무전산화로 비용절감

실손보험 청구가 간편해지면 보험금 지급 규모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보험사 입장에서는 득(得)보다 실(失)이 많을 수 있다. 반면 청구·심사 전산화로 관련 인건비 등 업무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병원이 지나치게 비싼 비급여 진료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로 작용해 과잉진료 항목에 대한 제어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생명보험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상급종합병원 45곳이 보험사 16곳에 청구한 실손보험금은 5233억4000만 원에 달했다. 2019년(병원 42곳) 3233억3000만 원이었던 것에 비해 5년 새 61.9%나 급증한 규모다.

김 의원은 “실손보험으로 이른바 ‘의료 쇼핑’이 벌어졌고, 어차피 보험사가 낼 돈이니까 비싼 치료를 끼워 넣는 병원이 흔해지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진료 행태도 유행을 탔다. 도수치료, 백내장 등 대표적인 보험금 빼먹기 외에도 지난해 하반기에는 무릎 줄기세포 주사에 대한 보험금 청구 건수가 급증하며 새로운 보험사기 주범으로 떠올랐다.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무릎·독감 주사 등 비급여 주사제로 지급한 실손 보험금(추정치)은 6334억 원으로 2020년(3321억 원) 대비 두 배가량 증가했다.

2022년 백내장 수술 유행으로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을 비교해 보면 1세대는 2021년 142.5%, 2세대는 130.0%까지 치솟은 바 있다.

보험금 청구가 증가해 보험사에 악재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보험사의 손해율이 오히려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급여 항목 과잉진료를 제어할 수 있고 업무 전산화에 따른 비용 절감도 예상되는 만큼 보험금 청구 증가 이상의 효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에 청구 서류를 제출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병원의 과잉진료나 유도 진료가 의심되면 서류를 제출한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도 있게 된다”며 “소비자의 편의가 개선되고 소액 보험금도 모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복잡한 절차 때문에 미청구된 보험금에 대한 지급 요구가 증가할 전망”이라면서도 “실손보험은 보험사의 대표적인 적자 상품인 만큼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수많은 비급여 청구 데이터가 집적돼 특정 병원의 과잉진료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 보험금 청구 증가가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잉진료 축소와 실손 손해율 안정화로 보험사의 예실차가 개선될 것이라는 얘기다.

보험업계는 비용 문제를 둘러싼 전자의무기록(EMR) 업체 간 갈등도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EMR 업체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약 50억 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했다”며 “차츰 더 많은 업체들이 실손청구 간소화 플랫폼에 참여하게 되면 보험금 청구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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