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매수 트렌드는 인수합병(M&A)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장사에 대한 적대적 M&A 기반 공개매수가 늘어나면서 이를 제외한 전반적인 M&A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24일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으로부터 받은 ‘국내 M&A 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국내 M&A 규모는 이날 현재까지 총 493억8300만 달러(약 68조1337억 원)로 집계됐다. 504억5900만 달러(약 69조6182억 원)였던 지난해 규모보다 11억 달러 가까이(2.13%) 적은 수준이다.
올해가 두 달가량 남긴 했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M&A 시장이 불황을 겪었던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고금리 시기 기업 가치가 하락한 매물들이 올해 쏟아져 나오면서 M&A 시장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던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이는 사모펀드(PEF)들이 역대급 드라이파우더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인 동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관 전용 PEF의 드라이파우더는 37조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M&A를 위한 역대급 실탄이 적당한 매물을 찾지 못한 채 곳간에 쌓여있단 의미다. 드라이파우더란 투자를 위해 모았지만, 아직 투자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자금을 뜻한다.
이는 PEF가 상장사 쪽으로만 눈독을 들이면서 일어난 상황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사에 대한 M&A나 ‘공개매수→상장폐지’ 전략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대세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투자처(기업)을 발굴하는 데는 관심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좋은 벤처캐피탈(VC)을 발굴하는 것보다 상장사 쪽이 더 빠르고 쉽게 고수익을 취할 수 있다고 보고 관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장사 M&A가 성사되면 굉장히 큰 딜이 되겠지만, 그만큼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기도 해서 전반적인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애초에 국내 M&A 시장은 규모 자체가 워낙 작아서 1~2건의 딜(거래)만으로도 시장 규모가 크게 오간다”며 “몇십조 원 규모의 상장사 M&A 건이 발생해 M&A 시장 규모에 포함돼도 시장이 활성화됐다고 논하기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