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3. 국내 선사 더딘 '저탄소 바닷길'
韓, 친환경 선박 보유·발주량 미진…867척 우선전환 목표
친환경 연료 공급항만 확대 필요
현재 통영항(LNG)·울산항(메탄올) 2곳서 공급
BPA, LNG 이어 메탄올 벙커링·동시하역 작업 성공
강화된 탈탄소 규제에 대응해 글로벌 해운업계가 ‘저탄소 전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주요 해운선사들의 친환경 선대 전환 속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탈탄소 규제에 맞춰 정부와 해운선사가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은 △친환경 선박 도입 △친환경 연료 사용 △벙커링(연료 공급) 기술 개발 등 크게 세 갈래다.
먼저 친환경 선박의 경우, 국내 해운사들이 하나둘 LNG·메탄올 추진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 보유 척수’와 ‘발주량’ 모두 미진한 상태다. 2018년 12월 제정된 친환경선박법(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환경친화적 선박’은 해양오염을 저감하는 기술을 적용하거나, LNG·메탄올·암모니아·수소와 같은 대체 연료 혹은 전기로 움직이는 선박을 말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선사가 보유한 친환경 선박은 약 150척 정도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거나 매연저감장치(DPF)를 장착한 경우다. 그마저도 LNG운반선(LNG 자체를 화물로 싣고 있는 선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컨테이너선 등이 친환경 대체 연료로 추진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암모니아 추진선은 아직 없고, 메탄올 추진선도 HMM에서 최근에 9척을 발주했지만 아직 건조 중에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우선 전환’ 목표로 내세운 867척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서 해수부는 지난해 2월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규제 대상인 5000톤(t) 이상 외항선 867척을 친환경연료 선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최대 선사인 HMM도 아직 LNG·메탄올·암모니아 추진선을 단 한 척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발주량에서도 해외시장에 뒤처지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산업정보센터가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 선박 발주량은 1377척에 달하지만, 발주량이 많은 상위 10개 선사 안에 국내 선사는 없었다. 친환경 선박 발주를 가장 많이 한 선사는 세계 1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85척)이었으며, 그 뒤를 프랑스 ‘CMA CGM’(81척)이 이었다. 상위 10개 선사가 발주한 446척 중 289척(64.8%)이 LNG 추진선이었다.
친환경 연료 공급도 이제 막 첫발을 뗀 수준이다. 현재 LNG를 공급할 수 있는 항만은 전국에 경남 통영항 1곳 뿐이다. 메탄올 또한 울산항 1개소에서만 공급하고 있다. 암모니아 공급 항만은 전무하다.
친환경 연료는 주로 ‘선박 대 선박’(Ship To Ship, STS) 방식으로 주유된다. 울산·통영항에서 친환경 연료를 채운 연료공급선(벙커링선)이 전국을 돌며 일반 선박에 연료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선 벙커링 전용 선박이 필요한데, 해수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총 5척(LNG 2척·메탄올3척)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연료’에 대한 수요 자체가 적은 탓에 그중 4척은 현재 일반 운반선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민간업계가 벙커링 전용 선박, 항만 저장시설 등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탓도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운업계에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항만에 연료 공급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글로벌 선사들도 빠르게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호소한다.
해수부와 부산·울산항만공사는 벙커링 시범사업에도 이제 막 뛰어들었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올해 8월 북항 감만부두에서 국내 최초 ‘STS 방식’ LNG 벙커링·동시하역 작업을 성공시켰다. 기세를 몰아 이달 4일엔 연료를 바꿔 메탄올 실증작업도 연이어 성공시켰다. 관련해 BPA는 “부산항이 환경친화적 선박 연료인 LNG, 메탄올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중요한 성과”라며 “인프라 구축과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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