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단가 7만3528원…현주가 대비 27% 손실구간
한종희 부회장ㆍ노태문 사장 1만주씩 취득…주요 대표들 21억원 이상 매입
“임원들도 많이 물렸는데 사는 족족 빠지네요.”, “임원들한테 (주식을) 사게만 하면 뭐하나, 쇄신해야 한다. 금이 3% 오를 때 삼전(삼성전자)은 뭐함?”, “임원들 자사주 사지 마라, 주식 사야 할 시간에 무엇이 문제인지 해결방법을 찾아라.”
삼성전자 주주들이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에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주가 탓이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하반기 들어서만 자사주를 10만 주 이상 사들였다. 이들의 자사주 평균 취득단가는 7만 원대로, 현주가 대비 20% 이상 손실구간이다.
23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삼성전자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 임원 38명은 보통주 10만871주를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취득단가는 7만3528원으로, 삼성전자 임원들이 사들인 자사주 규모는 약 65억3800만 원이었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이달 11일 자사주 5000주, 금액으로는 3억 원어치 매입했다. 이로써 노 사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2만8000주로 늘었다. 노 사장은 9월과 6월에도 자사주 5000주씩을 사들였다. 같은날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은 김한조 이사도 사외이사 중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김 이사는 삼성전자 주식 3330주를 주당 6만200원에 매입했다.
지난달 3일에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이 자사주 1만 주를 평균 7만3900원에 장내매수했다. 같은달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은 6000주를 6만6850원에,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3000주를 6만3100원에 취득했다. 삼성전자 주요 대표들의 취득 규모를 합하면 하반기 들어서만 21억 원이 넘는 자사주 매입에 나선 셈이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4∼5월 8만 원대에 일시적으로 진입한 이후 7월 8만8800원으로 고점을 찍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전날(22일) 주가는 장중 5만71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연거푸 경신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시총은 110조 원가량 증발했다. 코스피 내 시총 비중도 22%에서 16%로 급감했다. 외국인은 전날까지 삼성전자를 30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1조9080억 원어치 팔았다. 2022년 3월 25일부터 그해 4월 28일까지 25거래일 연속 매도를 지속한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 부진, 경쟁 심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직면하면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여러 우려는 실적 부진 전망으로 이어지며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개월 전 13조2036억 원에서 11조632억 원으로 낮아졌다. SK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 원에서 8만6000원으로 28% 내렸다. 7만 원대 목표주가(iM증권 7만6000원)도 등장했다. 10월 들어 9개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다만,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우려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며 바닥을 다졌다고 본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를 채 반영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모멘텀 둔화를 더 빨리 반영해버린 상태로,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도 2개월 반 만에 올해 7월까지 순매수 이상을 반납했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는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익 전망의 둔화, 부진한 세트 수요, 일회성 비용 반영 등을 고려해도 현재 주가에서 하락폭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