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원내 사안...의총 수렴 필요”
尹, 면담 뒤 추경호·홍준표 잇따라 만나
韓, 고립 작전에 ‘물리적 분당’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빈손 면담’ 후폭풍이 거세다. 한 대표가 ‘윤한갈등’의 핵심 의제인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도 견제구를 던지면서 ‘심리적 분당’ 상태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분수령은 민주당이 재추진할 ‘김건희 특검법’ 표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친윤계가 표결 전 한 대표를 고립시킬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온다. 차후 표결에서 이탈표가 발생해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국민의힘의 ‘물리적 분당’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대표는 23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 재판 결과들이 11월 15일부터 나온다”며 “우리는 그때 어떤 모습이어야 하겠나. 김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했다. 전날(22일)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재차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한 대표는 이 대표의 1심 선고 전 대통령 가족 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기 위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와 연계돼 있어 민주당과 협상이 필요하다. 이에 한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북한인권재단 인사를 추천해달라”며 “특별감찰관 추천에 있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친윤계는 곧바로 반격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특별감찰관 추천은 국회 의사 결정 과정이고 원내 사안”이라며 “원내 최고 의사결정은 의원총회이고,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면서 “의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가 선행돼야 하고, 의원총회를 통해 최종 결론이 날 부분”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21일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와 81분간 면담한 뒤 추 원내대표를 대통령 참모진 만찬에 부르면서 당내 ‘투톱’의 어색한 사이는 이미 연출됐었다. 당일 추 원내대표의 만찬 참석 사실을 한 대표가 몰랐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대표도 다음 날 친한(친한동훈)계 인사 20여 명과 ‘번개 만찬’을 하면서 세 과시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추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면담 이후 심리적 분당 상태가 확실해졌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심리적 분당의 가속화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만남 뒤에 추 원내대표를 부르고, 이후에 홍준표 대구시장을 따로 만난다”며 “한 대표 고립 작전에 나선 것 같다”고 했다. 홍 시장은 이날 대통령실 청사에서 TK(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등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 또 극우 유튜버 등 강성 지지자들은 오후 1시부터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한 대표 퇴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배신자 한동훈”, “윤 대통령을 또다시 탄핵 겁박한다”, “내부총질 즉각 그만”을 외쳤다.
정치권에서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 버금가는 분당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CBS라디오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된 것을 여당 대표계가 통과시키면 그건 분당”이라고 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22일 MBC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채상병 문제 때 제3자 특검법을 이야기했듯이, 이 문제도 제3자 (추천) 특검이라는 해법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