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일련의 공식석상 '침묵' 일관
최근 삼성 안팎에서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회장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 회장은 별도 취임 행사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간접적인 메시지를 내비칠 가능성도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일련의 공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삼성전자의 최근 위기론에 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서 25일 수원 선영에서 열린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4주기 추모식에 참석하면서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애초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 자리에서 이 선대회장의 경영 정신을 기리며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로 이 회장은 2022년 이 선대회장 추모식 직후에는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설 때”라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추모식 이후 경기 용인시 삼성인력개발원에 있는 창조관으로 이동해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부회장,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 노태문 모바일경험(MX) 부문장 사장 등 주요 사장단 임원들과 오찬을 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향후 삼성전자 사업 방향성 등을 점검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별다른 공개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21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해 이 선대회장의 동행 철학 정신을 이어나가면서도 경영 상황에 관한 질문에는 침묵했다. 당시 이 회장은 취임 2주년을 맞아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 국가 순방 동행 뒤에도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과 위기론 타개 방안 등을 묻는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침묵’이 그 자체로 메시지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신중히 판단하고, 내실 강화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삼성전자 대내외적인 위기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이 회장이 직접 나서서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한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는 “이 회장이 침묵으로 일종의 사과를 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럼에도 외부에서는 이 회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하는 요구가 크다. 그게 총수의 역할이며, 지금이 그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적기”라고 지적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에는 강력한 인적 쇄신을 단행했는데, 이 회장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애매하게 넘어가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취임 2주기를 맞은 만큼 조만간 분위기 전환을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다음 달 1일 삼성전자 창립 55주년을 맞아 이 회장이 직접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력한 신상필벌 원칙을 앞세운 대규모 인사 카드로 메시지를 대신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