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와 전장 협력 강화 포석
현대차와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전방위 협력
회장 취임 2주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을 만났다.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전장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해 완성차 업계와 스킨십을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이 회장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을 찾았다.
이번 행사는 현대차그룹과 일본 도요타그룹이 모터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함께 개최했다. 정의선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처음 공개 회동해 주목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에버랜드에서 행사가 열리는 만큼 방한한 도요타 회장 등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별도 수행원 없이 짧게 머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정의선 회장,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 그룹) 회장과 나란히 서서 쇼런 리허설을 지켜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취임 2주년인 이날 글로벌 1, 3위 완성차 업체 수장과 잇따라 회동한 만큼 향후 전장 분야의 협력 확대도 기대된다.
이재용 회장은 차량용 전장 사업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초격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2016년 '디지털콕핏'(디지털 계기판)과 카오디오 분야 세계 시장 1위 기업인 하만을 인수합병 했다.
하만은 인수 첫 해인 2017년 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2023년 매출 14조3885억 원, 영업이익 1조1737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전장 사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 DS부문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하만 등 전자 부품 계열사의 역량을 총집결해 전기차 부품 가치사슬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차량과 스마트폰 간 경계를 없애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생태계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으로는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통신망 연결 없이 현대차·기아 차량 위치를 파악하고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집 안의 삼성 가전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출로 경쟁 관계를 형성했던 삼성과 현대차는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삼성SDI 천안공장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을 초청한 이후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2025년 현대차의 프리미엄 차량에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탑재하기로 했다. 같은해 10월에는 삼성SDI와 현대차가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차의 유럽향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에 디지털 사이드미러 디스플레이를 공급했고, 제네시스의 차세대 모델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납품할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카메라모듈을 현대차에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