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AI 관련 MLCC‧FC-BGA로 실적 개선
LG이노텍, FC-BGA 4분기 수익 예상
국내 양대 전자부품 공급업체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올해 3분기 다소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정보통신(IT) 시장 불황과 전방산업 제품 수요 부진으로 두 회사 모두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인공지능(AI)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29일 삼성전기는 3분기 확정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2조6153억 원, 2249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20% 증가했다.
지난해 대비 외형은 성장했으나,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기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조6436억 원, 2362억 원으로 예상했다.
현재 글로벌 IT 시장에서 제품 판매 둔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해 세트사의 제품 판매가 부진하고, 이에 따라 부품 공급사인 삼성전기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삼성전기의 최대 고객사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갤럭시 등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카메라모듈 등을 납품한다. 삼성전자의 MLCC는 애플 제품에도 탑재되는데, 올해 출시된 애플 아이폰16시리즈의 인기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시장 업황에도 3분기 실적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컴포넌트사업부(MLCC 등 생산)와 광학통신솔루션사업부(카메라 모듈 등 생산), 패키지솔루션사업부(반도체패키지기판 등 생산)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9%, 5%, 27% 올랐다.
반면, 또 다른 부품사인 LG이노텍의 분위기가 다르다. LG이노텍은 23일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5조6851억 원, 130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19.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8.9% 줄었다.
LG이노텍의 실적 부진 배경에는 아이폰16 시리즈 초기 판매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매출의 약 80%가 매출에서 나오는 등 의존도가 높아서, 아이폰16 시리즈 판매 부진이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는 IT 세트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부품사로 비슷한 제품을 다루지만, 구체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르다. 현재 겹치는 부분은 사업은 카메라 모듈이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IT 시장 성장이 더딘 상황에도 두 회사의 실적이 다른 것은 AI 때문”이라며 “삼성전기 포트폴리오에는 AI PC‧스마트폰 등 AI 세트에 들어가는 MLCC와 AI 서버용 FC-BGA(플리칩-볼그리드어레이)가 있어 매출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기도 이날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도 IT의 경우 스마트폰, PC 등 AI 세트 고성능화로 증가가 예상되며, 산업용은 AI 서버 중심으로 세트 성장이 예상된다”며 “전장에서는 자동차의 전장화, 전동화 추이가 이어지고 있으며 시장 성장률을 초과하는 매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IT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하지만, 4분기에 LG이노텍은 개선된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가운데 차량용 카메라 모듈 공급 비중이 늘고 있다. FC-BGA도 본격 수익화 단계로 접어들며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