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결정하며 본격적인 우클릭 행보에 들어갔다. 다만 당 안팎에서 ‘정체성 외면’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당분간 중도외연 확장과 집토끼 사수를 동시에 도모하기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경제계와 잦은 만남을 가지고 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하는 등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야권 내 확실한 대권 경쟁자가 없는 상황인 만큼, 중도층 포섭을 위해 이념 대신 실리를 택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금투세 폐지를 결정한 당일 SK텔레콤이 여는 대규모 인공지능(AI) 전시·발표 행사인 ‘SK AI 서밋 2024’에 참석하는 등 기업친화적 마인드도 부각하고 있다.
이 대표가 금투세 ‘유예’를 넘어 ‘폐지’란 전향적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의 시각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상속세 완화 여부로도 일부 옮겨가고 있다. 이 대표가 자신의 대표 슬로건인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을 실현하는 방안 중 하나로 종부세·상속세 완화와 같은 감세 추진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종부세와 관련해선 “1가구 1주택에 대해선 저항을 감수하면서 굳이 부과할 필요가 있겠냐(7월 30일)”고 했고, 상속세에 대해선 “일괄공제나 배우자공제 한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8월 18일)”며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야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가 당분간 종부세 완화와 같은 추가 감세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간 진보 진영에서 세제 완화가 금기로 여겨졌던 만큼 전통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속도 조절에 들어갈 거란 시각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당이 ‘김건희 특검법’ 등을 띄우는 상황에 종부세·상속세 완화 카드까지 꺼내들면 오히려 이슈를 물타기하게 되버릴 것”이라면서 “아직 지도부 내에선 따로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전날(4일) 금투세 폐지 입장과 함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추진을 약속했는데, 이 또한 ‘집토끼’ 달래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그동안 비공개로 가동해온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도 공개 전환했다. TF에서 마련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 법안으로 채택할 예정인데, 당내 금투세 시행론자들과 진보 진영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결정 이후 당 안팎에서 “일관성과 신뢰의 문제를 우려한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당분간 ‘집토끼 지키기’에 다시 집중할 전망이다. 11월 예산 국회에선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이 곧 민생’이라는 키워드 등을 꺼내들며 정책 선명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사업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에너지고속도로 투자 △재생에너지 사업 △재난안전 등 ‘6대 민생·미래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