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두 회사 혼동 우려…대성지주 쓰지 마라”
‘대성지주’라는 회사 이름을 두고 벌어진 대성그룹의 형제간 다툼에서 삼남이 장남인 형을 이겼다. 이로써 대성그룹 창업자 고(故) 김수근 회장의 장남인 김영대 회장은 ‘대성지주’라는 상호를 못쓰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3부는 대성홀딩스가 대성합동지주를 상대로 제기한 상호사용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대성합동지주는 대성지주의 새 이름이다.
대성그룹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은 김수근 회장의 사망 후인 2001년부터 시작됐다. 장남 김영대 회장이 대성지주(옛 대성산업) 계열을 맡고, 삼남 김영훈 회장이 도시가스사업이 주력인 대성홀딩스(옛 대구도시가스) 계열을 가져가면서 정통성을 둘러싼 ‘형제의 난’이 불거졌다. 차남 김영민 회장의 서울도시가스 계열은 독립했다.
‘형제의 난’은 2010년 7월 대성산업이 (주)대성지주라는 명칭으로 상장을 추진하자 대성홀딩스가 “영문 표기 등에서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및 간접강제 신청을 하면서 ‘형제간 소송전’으로 번졌다.
법원은 2010년 11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성지주는 이의 제기와 함께 지난해 1월 대성합동지주로 회사명을 바꿨다. 회사 측은 하루 2000만원에 달하는 간접강제금을 피하기 위한 조치일뿐 ‘대성지주’라는 상호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서 재판부는 “두 회사의 국문 및 영문 상호가 전체적으로 서로 유사하다”며 대성홀딩스(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대성홀딩스에서 제출한 주식 투자자 설문 조사 결과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회사명을 헷갈리는 바람에 일반 투자자들이 금전적인 손해를 입은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성홀딩스는 대성합동지주보다 8개월 먼저 상호변경 등기를 마쳤다. 주식시장에서도 대성홀딩스가 먼저 주권 변경상장을 한 바 있다.